나에게 수고했다고 말해도 돼
자신에 대한 너그러운 태도를 갖기 위해서는 나의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과장하거나 축소하지 않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번에는 이것과 관련한 이야기를 해보자.
종종 어떤 사람들을 보면서 "정말 대단하세요"라는 말이 나올 때가 있다. 꾸준히 자기 일을 하는 사람들, 요리를 잘하는 사람들, 떨어졌던 시험에 다시 도전하는 사람들,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하는 사람들, 결혼을 잘 유지하는 사람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사람들 등등, 우리 주변에는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정말 대단하세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아, 아니에요'라고 답한다는 점이다. 물론 겸손의 표현이겠지만, 어려운 일을 해냈을 때 스스로 솔직하게 노고를 인정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나 자신의 노력과 성과를 진심으로 인정할 때 다른 사람의 노력과 성광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칭찬하고 격려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따라서 나의 수고를 알아봐주고 격려해주는 사람에게 괜히 겸손하게 말한답시고 내 수고를 부인할 필요는 없다. 그냥 알아봐주어 고맙다고, 덕분에 힘이 난다고 이야기하면 된다. 나도 나중에 누군가에게 격려를 전하는 사람이 되길 바라면서 말이다.
심리학자 마크 리어리는, 우리가 자기 자신을 심하게 비난하는 것은 나중에 타인에게 같은 일이 일어났을 때 그 사람을 비난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 행위라고 말했다. 자신에게 가혹한 사람이 많은 사회에서는 그만큼 타인에게도 가혹한 사람이 많을 수 있다. 실제로 자신에 대한 기준이 높아서 웬만한 성과는 눈에 차지도 않는 사람들(예를 들어 완벽주의자들)은 타인에게도 상당히 높은 기준을 요구한다는 발견들이 있다. 자식을 심하게 비난하는 부모의 경우 역시 완벽주의 경향이 높고 자신에게도 가혹한 편이라는 발견들이 있다. 자신을 괴롭히던 가혹한 기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훗날 주변 사람들에게 가혹한 기준을 들이미는 원흉이 되고 마는 것이다.
내가 해낸 어려운 일에 대해서도 스스로 별것 아니라고 평가 한다면, 타인의 일에 대해서도 칭찬하기보다 역시 별것 아니라고 여기게 되지 않을까? 너그러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자신에 대한 과한 비난과 과소평가는 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다.
잘못을 저질렀을 때 무턱대고 '나는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보다 나쁜'행동'을 했다며 구체적인 행동만을 판단하는 것이 좋듯, 칭찬을 받았을 때도 내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다만 내가 좋은 일을 해냈다고 인정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
부풀릴 필요 없이 있는 사실 그대로 그 일이 쉽지 않았음을, 그래서 내가 많은 노력을 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그 일을 어떻게 했든 상관없이, 나에게 있어서 어렵고 각별히 애정을 쏟은 일이었다면 그냥 그렇게 인정하면 된다. 생전 처음 하는 도전이라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면 그렇게 인정하면 된다.
[출처: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박진영 지음/ 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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