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부라는 관계는 인간 존재가 타자와 맺을 수 있는 가장
긴밀하고 일상적인 동맹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친밀함은 종종 가장 격렬한 갈등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
부부는 삶을 함께 나눈다는 점에서 서로에게 거울이 되
지만, 그 거울은 이상적으로 반사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거울은 왜곡되고, 기울어 있고, 종종 깨진다. 갈등은 그
깨진 조각 사이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갈등을 줄인다는
것은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존
재 방식의 전환을 요구하는 깊은 내적 작업이다.
부부 사이의 갈등은 '무엇' 때문에 싸우는가보다 '어떻게
싸우는가가 더 중요하다. 감정의 내용보다 감정의 방식
이 더 본질적이다. 사람들은 흔히 사소한 문제로 다툰다
고 말하지만, 그 사소함 속에 감정의 전달, 말의 습관, 눈
빛의 해석, 침묵의 의미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따라서
갈등을 줄인다는 것은 '타자의 존재 방식'을 허용하는 연
습이다. 배우자가 나와 다른 존재 방식을 가졌다는 사실
을, 나와는 전혀 다른 해석 체계를 지닌 하나의 세계라는
것을 수용하는 데서부터 갈등의 전환은 시작된다.
사랑은 이해로부터 출발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해는 사
랑의 결과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부는 이해를 사
랑의 전제조건으로 삼으려 한다. '너를 이해할 수 없어
그래서 너를 사랑할 수 없어'라는 논리는, 사실상 '너는
나와 같지 않다'는 선언이다. 하지만 누구도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 이해되지 않는 타자를 견디는 힘
그 견담 안에서 사랑이 자란다. 갈등을 줄인다는 것은이
견팀을 가능하게 하는 감정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그
것은 말하자면 '해석을 보류하는' 태도, 상대의 말을 나
언어로 바로 번역하려 들지 않는 인내에서 비롯된다.
부부는 종종 '내가 옳다'는 생각으로 자신을 정당화하고
상대를 압박한다. 이기는 쪽이 승리하는 것, 이것은 지스
의 목소리다. 그러나 지혜는 말한다. 옳음은 관계를 지탕
하는 힘이 아니라, 관계를 파괴할 수 있는 가장 은밀한 무
기일 수 있다고. 부부 관계는 승패의 게임이 아니다. 누군
가가 이기면, 두 사람이 함께 지는 구조다. 갈등을 줄인다
는 것은 상대를 이기려는 욕망을 내려놓고, 함께 살아가
는 방식에 더 집중하는 전환이다. 그것은 논리의 전쟁에
서 물러나 관계의 감각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 감각은 논
리적으로 설명되지 않으며, 공감과 맥락의 직관 속에서
만가능하다.
침묵 또한 갈등의 중요한 요소다. 사람들은 말을 아껴야
싸움이 줄어든다고 믿지만, 그 침묵이 감정을 억누른 결
과라면 오히려 더 큰 폭발로 이어진다. 부부 사이에서 말
하지 않는다는 것은 감정을 공유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그것은 곧 마음의 거리를 뜻한다. 갈등은 때때로 표현되
지 않았던 감정들의 축적된 흔적이다. 따라서 갈등을 줄
인다는 것은, 감정을 폭발시키지 않고도 말할 수 있는 방
식, 말하면서도 다치지 않는 언어를 개발하는 과정이다.
그것은 말하자면 언어의 윤리를 확장하는 일이며, 이 또
한 복원의 작업이다.
기억의 작용도 중요하다. 부부는 함께한 시간만큼 서로
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기억은 사실을 저장
하지 않는다. 기억은 해석이며, 감정이 덧붙은 재구성이
다. 부부는 종종 과거의 사건을 서로 다르게 기억하며, 그
차이가 갈등의 근거가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누가 맞느
냐가 아니라, 서로가 '각자의 진실'을 가졌다는 사실을 인
정하는 것이다. 마음은 절대적 진실보다 다중의 진실을
더 섬세하게 다룬다. 갈등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것도, 자
신의 진실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진실을 '가
능한 하나의 현실'로 받아들이는 태도다
일상의 반복성도 갈등에 영향을 미친다. 부부는 일상0
라는 구조 안에서 반복되는 피로를 겪는다. 반복은 안정
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루함과 권태라는 자동적 반응
을 불러온다. 반복 속에서 사람은 상대방을 하나의 패턴
으로만 보게 되고, 그 고정된 시선이 갈등을 일으킨다. 갈
등을 줄인다는 것은, 매일 같은 얼굴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려는 훈련이기도 하다. 그것은 익숙함 속에서 낯
설음을 보는 능력, 오랫동안 곁에 있었던 사람을 다시 빌
견하는 시도이다. 반복의 구조 속에서 새로움을 발견하
는 일, 그것이야말로 훈련이다.
궁극적으로, 부부 사이의 갈등을 줄인다는 것은 인간 존
재의 제한성과 상호성에 대한 깊은 자각에서 출발해야
한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며, 누구도 완전히 일치할
수 없다. 그러나 바로 그 불완전성 덕분에 우리는 타자를
통해 성장할 수 있고, 서로 다른 존재를 향해 열릴 수 있다.
갈등은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 갈등을 다루는 방
식에서 삶의 품격이 드러난다. 부부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상처를 다루는 존재이기도 하
다. 갈등을 줄인다는 것은 상처를 주지 않는 기술이 아니
라, 상처를 함께 다루는 방식의 전환이다
이는 결국,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라는 오래된 물음으로
귀결된다. 사랑은 느낌이 아니라 태도이며, 감정이 아니
라 선택이다. 갈등을 줄인다는 것은 사랑을 지속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상대가 실망스럽고, 때로는 나 자신이
지쳐 있을 때에도, 이 관계를 포기하지 않기로 결심하는
것. 사랑은 그렇게 실천이 된다. 그리고 이 실천은, 그 어
던 기법이나 기술보다도 깊은 사유의 열매다. 부부의 갈
등을 줄인다는 것은, 결국 한 인간이 또 다른 인간의 타자
성 앞에서 얼마나 정직하고 진실할 수 있는가를 묻는 일
이다. 그리고 이 물음에 답하려는 시도야말로, 사랑이리
는 이름의 가장 순수한 체험이 된다.
출처: https://brunch.co.kr/@eyja1016/67
12화 배우자와 잘 지내기 위한 최고의 방법
심리학 이야기 | 부부라는 관계는 인간 존재가 타자와 맺을 수 있는 가장 긴밀하고 일상적인 동맹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친밀함은 종종 가장 격렬한 갈등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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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혁 심리상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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