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좋은 사람입니다!
자주 들어가는 인터넷 카페에 특별한 글이 올라왔다. 남편 생일인데 어렵게 살아 선물할 형편이 못 된다며, 여기 공개하는 남편의 전화번호로 생일 축하한다는 문자를 보내달라는 내용이었다. 놀라운 것은 글 마지막에 적혀 있던 그녀의 남편 전화번호로 수십 명이 축하 문자를 보냈다는 사실이다. 그날 저녁, 그녀는 남편이 아주 즐거워했다며 감사의 글을 올렸다.
그 뒤 비슷한 글이 심심찮게 올라왔다. 한번은 이런 사연도 있었다. 사연 속 주인공의 누나라고 밝힌 여자는 남동생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경제적인 문제로 얼마 전 이혼하고 매일 술만 마시며 삶의 의욕을 잃어가는 남동생에게 용기를 주는 문자를 보내달라는 부탁이었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그 사연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일주일쯤 지났을 때 나는 용기 내 짧은 문자를 보냈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다.’ 한참 시간이 지나 다음날 새벽에서야 답장이 왔다. ‘죄송한데 다시 한 번만 보내주시겠어요?’ 나는 같은 문자를 다시 보냈다. 답장은 없었지만 자꾸 마음이 쓰여 한 번 더 문자를 보냈다. 두 번째 문자를 보내면서 나는 조금 울컥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해준 그 말이 왠지 나 자신에게 하는 말 같았기 때문이다.
며칠 뒤 그는 문자로 빵 교환권을 보내주었다. 다른 말은 없었다. 그러나 설명은 필요 없었다. 내 위로가 그에게 작은 힘이 된 게 틀림없었다. 나는 기쁜 마음에 또 문자를 보냈다. ‘당신은 확실히 좋은 사람이군요!’ 내 문자에 흐뭇해할 그의 미소가 그려졌다.
살다 보면 누구나 어려운 순간을 맞이한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따뜻한 말 한마디 아닐까. 평범하지만 진심을 담은 말에는 쓰러진 마음을 일으켜 세우는 힘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이은정 / 샘터(2018.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