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패구상(兩敗俱傷)
쌍방(雙方)이 다 패하고 상처(傷處)를 입는다. 서로 싸우다가 양측(兩側)이 모두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손해(損害)만 입음을 뜻한다. 견토구폐(犬兎俱斃)라고도 한다.
전국시대, 제(齊)나라와 진(秦)나라가 대치하고 있었다. 양국은 모두 군과 행동으로서 패업(覇業)을 이루고자하였다. 제나라 선왕(宣王)이 군대를 이끌고 위나라의 정벌에 나서려고 했다. 이때 제나라의 대신(大臣) 순우곤이 선왕의 출병(出兵)을 만류했다.
"대왕께서는 한자로(韓子盧)와 동곽준(東郭逡)의 고사를 아시는지요?"
"한자로(韓子盧)와 동곽준(東郭逡)?"
"그렇습니다."
"무슨 뜻이오?"
"한자로(韓子盧)는 천하 제일의 사냥개이고 동곽준(東郭逡)은 가장 약삭 빠른 토끼입니다."
손우곤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한자로가 동곽준을 쫓게 되었는데 산기슭을 세 바퀴나 돌고 산꼭대기를 다섯 번이나 오르내리며 추격했다. 결국 쫓기던 토끼가 지쳐 쓰러지자 뒤쫓던 사냥개도 기진맥진하여 쓰러져 죽고 말았다.(견토구파 각사기처 犬兎俱罷, 各死其處)
이때 한 농부가 부근을 지나다가 이를 목격하고 토끼와 개를 모두 주워 갔다.(어부지리 田父之功)
제나라 선왕은 순우곤이 들려주는 고사의 뜻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순우곤은 이러한 선왕을 보면서 말을 이었다.
"지금 제나라와 위나라가 서로 싸우게 되어 쉽게 끝나지 않는다면 군사들은 곧 지치게 될 것이고 백성들의 부담도 커지게 되며 국력은 곧 약해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힘 있는 진(秦)나라와 초(楚)나라가 기회를 잡아 농부처럼 이익을 챙기려 할 것입니다."
선왕은 깨달은 바가 있어 곧 위나라정벌계획을 취소하였다.
출처: 전국책 제책(全國策 齊策)
요즘 돌아가는 국제정세를 보면서 생각나는 말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과 우리와 일본의 역사신경전.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의 틈에서 우리가 어부지리(田父之功)를 얻을 수도 있고 우리와 일본의 자존심 싸움에서 역시 중국과 미국이 개와 토끼를 다 취하는 경우가 될 수도 있다. 급변하는 세계의 정세 속에서 우리는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는 형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힘을 합치지는 못할 망정 서로 싸우기 바쁘다. 남과 북 그리고 그 반쪽인 남한은 좌우로 나뉘어 서로 비난하기에 열중하고 있다. 과연 우리는 어부지리(田父之功)를 얻을 수 있을지 생각해볼 일이다. 현명한 대처는 또 다른 큰 기회가 될 수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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