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그저 잠시 스칠 뿐이다."
좁은 인간 관계를 선호한다.
깊은 척하는 관계보다는 차라리
서로의 얕음을 인정하는 관계를 선호한다.
너무 많은 노력을 요하는 관계를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너무 넓기를 바라고,
또 너무 깊기를 바란다.
나의 존재가 한없이 초라해지고 작아지는 밤
맥주 한 캔을 함께 비울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한다.
친구라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야만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며 가벼운 인연을 우정으로
포장한다.
내 앞의 네가 나의 너이기를 바라고
우리라는 단어 속에 자신을 가두며
안정감을 얻는다.
세상에서 가장 얕은 관계를
심해보다 깊은 관계로 둔갑시킨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헤엄치던 바다는
사실 어항이었음을
한참을 지나고 나서도 인정하지 않는다.
가벼워질대로 가벼워진 소통이 결국
저 멀리 어딘가로 날아가 버린 순간
또 하나의 인연이 나를 떠나간 것을 슬퍼한다.
히자만 사실 누구도 당신을 떠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그저 잠깐 스칠 뿐이다.
- 하현 / '달의 조각'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