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은행에 긍정적인 감정을 저축하라
부부 치료, 부부 상담을 많이 하셨던 정신과 은사님이 어느 특강에서 하셨던 말씀이 있다.
“부부 상담에는 대개 갈등을 겪는 부부가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그럴 경우 저는 지금의 갈등 상황을 다루기에 앞서서 그들이 어떻게 결혼했고, 어떤 시간을 보내왔는지 이야기를 들어보곤 합니다. 그 결과 좋은 기억이 많은 부부의 경우 어렵지 않게 해결책을 찾아 나가며 갈등을 해소하는 경향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일종의 감정 은행에 쌓아놓은 저축이 아니겠습니까. 돈을 은행에 저축하듯 살아가는 동안에 좋은 기억과 좋은 감정들을 차곡차곡 쌓아놓은 부부는 두 사람 사이에 위기를 겪거나 오해가 생겨도 쌓아둔 좋은 기억과 감정을 자산 삼아 상황을 잘 풀어나갑니다. 젊은이들은 연애에서 결혼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좋은 기억을 많이 쌓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미 결혼하신 분들은 지금부터라도 좋은 경험과 기억을 쌓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하고, 주변 젊은이에게도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해주십시오.”
좋은 기억과 감정은 인간관계에서 받을 상처에 대한 예방주사 효과를 낼 수 있다.
또 한 가지 좋은 기억을 만들 수 있는 관계는 바로 친구 관계이다. 부모님이나 친척 어른과의 관계가 윗사람과 아랫사람의 관계라면, 부부나 친구는 수평적인 관계이다. 특히 오랜 시간 어릴 적부터 만나온 친구는 자신의 모든 걸 벌거벗고 보여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관계이다. 가족이나 부부 관계에서와는 또 다른 감정적 공감을 받을 수 있는 관계인 것이다.
얼마 전 친구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사십 대’라며 자신의 ‘시시포스’같은 처지를 한탄하는 내용이었다.
‘떠받치고 있는 바위는 무거운데 이걸 놓으면 그만 죽게 될 것 같구나. 그렇다고 밀고 올라가자니 더 이상은 무리다. 부모님은 하루가 다르게 연로해지시고, 암 투병 중인 아내의 몸은 이곳저곳 아파지는데 아이들은 점점 커서 들어가는 돈은 많아지고···. 이런 상황에서 내 나이도 벌써 사십 대 중반에, 과연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지.’
일상이 무너질까 걱정하며 살고 있는 우리나라 많은 사십 대 아버지들이 공감하는 문제일 것이다. 이런 문제는 아내나 가족들보다 친구로부터 공감을 받기가 훨씬 좋다. 가족이나 부부는 가장 긴밀한 관계이나 때로 자신을 힘겹게 만드는 책임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마음속 부담감을 가족이나 배우자에게는 털어놓을 수 없다. 그것이 그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이처럼 심적 부담감을 배우자나 다른 가족들에게 이야기하기가 저어될 때, 만나서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가 바로 친구이다.
물론 1, 2년 만난 사이로 이런 공감대를 형성하기란 힘들다. 나의 전체 삶, 가족은 물론이고 나를 오랜 시간 괴롭혀온 문제들까지 대체로 알고 있는 오래된 친구라야 척하면 알아듣고 공감하는 것이 가능하다. 유안진 시인의 <지란지교를 꿈꾸며>에서 묘사되는 친구처럼 말이다.
나 자신을 그대로 인정하고 내 마음을 공감하고
지지하면서 존중해주는 관계를 찾자.
좋은 기억과 경험을 찾고,
미래의 나에게 힘이 되어줄 좋은 경험을 저축함으로써
마음의 예방주사를 놓을 수 있다.
[내 마음과 화해하기-마음 헤아리기/ 석정호 지음/ 유어마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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