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담은 개인 명함도 유용… 날 소개하는 수단 되어야
(어도비 스톡)
은퇴 후 밥줄은 대부분 네트워킹으로 연결된다. 인맥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퇴직하고 나면 일로 만난 사이는 자연스럽게 멀어지고, 줄어든 수입 탓에 있던 인맥도 줄어드는 게 현실이다. 이럴 때일수록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하는 일’은 더 중요해진다. 모든 관계를 깊게 유지할 수 없는 시기지만, 역설적이게도 기회는 사람을 통해서 오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사 마케팅팀 대리입니다.”
이 인사말에는 생각보다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회사명으로 어느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지 유추할 수 있고, 마케팅팀에 있다고 했으니 그의 직무가 무엇일지도 추측해볼 수 있다. ‘대리’라는 직함이라면 회사에서 일한 지 몇 년 차쯤 되었을 것이고, 어떤 정도의 일을 해봤을 것이라는 짐작도 가능하다. 직업도 마찬가지다. 회계사, 가정주부, 자영업자 등 직업을 나타내는 단어는 그가 대략 어떤 종류의 일을 하고 있는지 가늠하게 한다.
하지만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지 않아 나를 나타내는 직함이 없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현재 딱히 하고 있는 일이 없어 내 역량을 표현할 직업이 없는 상황도 마찬가지다. 은퇴 후에는 공식적인 채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일자리가 많지 않다. ‘알음알음’ 채용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따라서 네트워킹을 하려면 인간관계가 더욱 중요해지는 시기지만 동시에 더 넓은 관계를 형성하기가 부담스러운 시기이기도 하다.
처음 만난 사람과 깊은 관계를 이어가기 어렵다면, 상대가 나를 한 번만 봤더라도 오래 기억하게 할 수는 없을까? 무소속인 나를 어떻게 소개하면 사람들의 인상에 깊이 남을 수 있을지 방법을 알아봤다.
1. 개인 명함 만들기
“아, 제가 지금은 명함이 없어서요….”
은퇴 후 사람을 소개받을 때 상대에게 명함을 받으면 열에 아홉은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왠지 작은 목소리로 말끝도 흐리고 ‘지금은’ 없다는 말을 변명처럼 덧붙이게 된다고. 직장인이라면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던 명함이 소중해지는 순간이다.
명함은 자기소개서의 축소판이나 다름없다. 소속, 직함, 이메일, 전화번호, 주소 등 많은 정보가 담기기 때문이다. 별다른 설명 없이 명함 한 장으로 나를 소개할 수 있는 효과적인 매개체가 된다. 현재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지 않더라도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개인 명함을 만들어보자.
회사·직무·직급을 소개하는 명함이 아니기 때문에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네잎클로버나 꽃을 말려 코팅한 명함, 한지로 만든 명함 등 나의 취향이나 특징이 나타나도록 만들어도 좋다. 오히려 보통 명함과 달라 기억에 남는 효과가 있다. 직함은 내가 꿈꾸는 것, 혹은 나를 표현하고 싶은 것으로 적어보자. 자유인, 기업 성장 코디네이터 등 무엇이든 좋다. 내가 규정하는 나, 앞으로 되고 싶은 나를 나타내는 단어면 충분하다.
2. 동물로 표현하기
“안녕하세요, 독수리가 되고 싶은 곰입니다.”
30년 직장 생활을 하며 장착한 내 능력과 이력을 어떻게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화려한 경력을 줄줄 늘어놓다 보면 ‘왕년에~’로 시작하는 자기 자랑이 될 수 있다. 자기소개에서 중요한 점은 상대로 하여금 ‘나를 궁금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비유나 은유는 꽤나 인상적인 자기소개 방법이 될 수 있다.
현재 나의 모습을 닮은 동물과 5~10년 뒤 되고 싶은 나를 닮은 동물을 떠올려 소개해보자. 앞서 예시로 든 문장은 ‘곰처럼 우직한 면이 있는데, 앞으로는 독수리처럼 자유롭게 살고자 한다’는 의미를 담은 소개다.
동물이 아니어도 좋다. 물건, 색깔, 계절, 노래 등을 활용해 나를 표현해보자. 조금은 유치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상대에게는 ‘왜 독수리가 되고 싶지?’라는 호기심을 일으키는 소재가 되기도 한다. 특히 은퇴 이후라면 과거에 무엇을 했는가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가도 중요하기에 미래 지향적인 자기소개로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3. 나 활용법 소개하기
비즈니스를 위한 자기소개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나 활용법’을 안내하는 것도 방법이다. ‘나 활용법’이란 내가 과거에 무엇을 했고 어떤 점이 강점이어서 앞으로 무슨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즉 상대가 나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알리는 것이다. 일종의 자기 PR(홍보)인 셈이다.
이때 주의할 점은 일방적인 소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대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까지 짚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과거에 했던 일들을 정리해서 나의 강점을 도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나의 전문성이 무엇인지 정리됐다면, 만나는 상대에 따라 어떤 협업을 할 수 있을지 소개한다. 나의 전문성이 어떤 성과를 낼 것인지, 어떻게 도움이 될지 설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30년 동안 전업주부로 생활했다면 정리 정돈, 요리, 청소 등 자신이 잘하는 분야를 전문성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시간이 없는 맞벌이 부부의 자녀를 위해 도시락으로 건강과 시간을 다 잡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거나, 집 안 정리 컨설팅으로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도록 돕는 데 적격이라는 등의 PR을 해볼 수 있다. ‘나 활용법’은 내 이야기를 들은 상대가 필요한 순간에 나를 떠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도움말 : 앙코르브라보노 협동조합 김창렬 이사, 박영록 이사, 박경임 이사장, 윤서진 코칭경영원 파트너 코치, 임정민 임파워에듀케이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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