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이 필요한 순간 “와, 컵에 물이 반이나 남았네!” “에이, 컵에 물이 반밖에 안 남았네.” 가진 것에 만족할 줄 아는 마음에 대해 이야기할 때 드는 비유의 정석. 우리는 반 컵의 물을 가지고도 행복할 줄 알아야 한다고 배웠다. 또는 마음이 부자인 사람이 되라고 거의 반 강요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는 허점이 하나 있다. 물이 반 컵 담겨 있어도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에는 ‘채움’만이 만족감을 얻기 위해 할 수 있는 전부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왜 물이 ‘채워진 것’만을 긍정적인 쪽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비워진 것’을 긍정하면 안 되는 걸까? 애초에 무언가가 채워져 있어야만 긍정적일 수 있다는 전제를 갖고 이야기하면서 어떻게 비워진 50%를 눈으로 뻔히 보고도 적당히 만족하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