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우리를 웃게 할까?
‘사람을 웃기는 공식이 있을까?’ 기자 조엘 워너는 웃음을 해석하려는 교수 피터 맥그로를 만났을 때 이런 질문을 떠올렸다. 비슷한 궁금증이 생긴 두 사람은 5대륙 15만 킬로를 돌며 소위 ‘웃기는 사람들’을 추적했다.
엘에이에서 만난 희극인들은 음향 상태, 소음, 관객들의 야유 등을 인내하며 무대에 서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토로했다. 그들은 모두 자신만의 공식이 있었다. 공연장이 열악할 땐 어찌 대처하는지, 관객은 어느 지점에서 웃는지, 교훈을 어떻게 녹여낼지 숱한 경험을 통해 기준선을 만들었다.
그런 치밀함은 그림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잡지<뉴요커>에 만화를 그리는 캐닌은 매주 100개에 달하는 아이디어 중 8~10개만 제출했다. 웃음의 바탕인 창의성은 갑자기 샘솟는 게 아니라 끈질기게 노력한 결과물이었다.
사실 창의성은 웃음을 선사하는 사람들에게 발견되는 공통점이다. 한 실험 결과, 제품을 개발해 달라고 부탁받은 코미디언들은 전문 디자이너보다 20퍼센트 많은 아이디어를 냈고 결과 역시 25퍼센트 우수했다. 그들은 농담만 잘하는 게 아니라 문제 해결 능력도 뛰어나 상황을 이용해 분위기를 이끌었다.
웃음이 진가를 발휘한 순간은 생활 속에 있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계속되는 분쟁으로 힘들 텐데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중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있었던 ‘지젤’의 말이 가슴에 남았다. “죽을 만큼 배고팠지만 우리는 웃었어요. 그건 해방감이었을 거예요. 시련 속에서 유머를 말할 때 사람들은 잠시 한숨 돌릴 수 있었거든요.”
이후 웃을 때만큼은 누구나 희망을 느낀다는 믿음으로 광대 분장을 한 뒤 아마존에 가고, 몬트리올 코미디 축제 무대에 올랐다. 대장정을 끝낸 그들은 사람을 웃기는 정확한 법칙을 정리하지 못했다. 유머는 생각보다 여러 요소가 한데 섞인 결과물이었다. 대신 조엘은 인생을 하나의 농담으로 보는 법을 배웠다. 취업, 대출, 실직 등 주변엔 문제가 가득하지만 마음먹기에 따라 하루를 재밌게 시작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들이 밝혀낸 제일 중요한 사실은 웃음은 발견하는 자의 몫이라는 것이다.
김진이/기자(좋은생각,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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