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나의 이야기

여리박빙[如履薄氷]

딸기라때 2016. 11. 13. 00:26

 

이 말은 《시경(詩經)》의 〈소아편(小雅篇)〉중 '소민(小旻)'이라는 시(詩)의 제일 마지막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감히 호랑이를 맨손으로 때려잡을 수 없고(不取爆虎)
감히 강을 걸어서 건널 수 없나니(不取憑河)
사람들은 모두 이를 알지만(人知其一)
그 밖의 다른 것은 알지 못하는 구나(莫知其他)
두려워하고 또 조심할지어다(戰戰兢兢)
깊은 연못가에 이른 것처럼(如臨深淵)
얇은 얼음을 밟는 것처럼(如履薄氷)

여리박빙은 살얼음 위를 걷듯이, 라는 뜻입니다. 얇은 얼음 위를 걸으니 언제 빠질지도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이니 자신을 경계하고 조심을 하라는 비유이기도 합니다.

 

[JTBC뉴스 인용]


오늘 새벽 호숫가 고인물의 윗부분엔 아주 얇은 얼음막이 만들어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추웠으니까요.

그래서 썼을까요? 여리박빙. 엷은 얼음 위를 걷는 것과 같이 위태한 상황이라는 의미.

"한국경제, 여리박빙과 같다"

경제부총리 내정자의 우려는 이러했습니다. 뭐 그렇게 굳이 어려운 말 쓰지 않아도 우리 경제가 어렵다는 건 모두가 한자어가 아니라 피부로 느끼고 있는 것이지요.

더구나 우리 경제의 맨 밑바닥. 그 아래를 지탱하고 있는 이들의 상황을 들여다보면 그 아슬아슬한 위태함은 이미 오래 전부터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빚의 통계로 드러난 젊은이들의 궁핍. 학자금 대출에서 시작된 빚은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갚을 수 없는 빚이 되었고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로 이어져 결국엔 신용불량에까지 이르게 된다는 것. 출발선상에서 빚부터 먼저 짊어져야 했던 젊음은 엷은 얼음막 위에 있었습니다.

황폐화된 것은 노동자의 삶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기업들은 수십조 원의 사내보유금을 쌓아둔 채 흑자를 이야기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노동자는 배가 고픈 사회. 그리고 터진 최순실 사건은 이러한 극과 극의 모순과 괴리를 웅변적으로 보여줍니다.

오늘 재계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됐습니다. 삼성전자 본사 압수수색이 시작되었고 대통령과 7대그룹 총수 간의 비공개 면담 역시 조사대상이 됐습니다.

대통령과 기업들은 공히 '선의'를 강조하지만 그것은 그들만의 선의일 뿐, 대기업이 수 십 억, 수 백 억 원의 돈을 지원하며 정권에 이른바 '보험'을 들었다면, 그리고 대통령의 비선실세가 그 보험금을 챙겨왔던 것이라면…그 돈은 모두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최저임금 몇 백 원 인상에 그리도 인색했고, 비정규직의 불안감에 그리도 야박했던 이들의 선의는 누구에게 베풀어졌어야 하는가…

여리박빙. 장막 뒤에 가려진 여인과 그 무리들이 시민들이 부여한 권한을 조자룡 헌 칼 쓰듯 휘두르는 사이, 대한민국의 보통사람들은 일찌감치 살얼음판위에 있었으며 그것이 선의로 포장되는 동안 그 살얼음판은 더욱 얇아져 왔다는 것.

굳이 사자성어의 어려운 표현대신 차라리 우리 경제의 모습이 비정상적인 정치로 인해 참으로 참담해졌다는 한 마디면 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