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나의 이야기

일어난 일은 언제나 잘된 일이다.

딸기라때 2017. 11. 28. 00:10

일어난 일은 언제나 잘된 일이다.

인생이 순탄하기를 바라고, 힘든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빈다고 그것이 내 뜻대로 이루어질가요. 아이가 공부를 잘 하기를 빌고, 남편이 일찍 들어오기를 빌고, 아내가 부드럽기를 빌고, 세상 사람들이 나를 칭찬해주기를 빈다고 해서 우리 인생 문제가 풀릴까요.

우리는 늘 인생이 내 뜻대로 되기를 바라고, 거기에 행복과 불행을 연결 짓습니다. 돈을 원할 때는 돈이 생기고, 사람을 만나고 싶으면 사람이 나타나고, 헤어지고 싶으면 사라지는 것을 자유와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세상 일이 다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어떤 건 됐다가 어떤 건 안 됐다 하니까 늘 행과 불행이 왔다 갔다 합니다. 그래서 인생을 고락이라고 해요. 괴로울 때도 있고, 즐거울 때도 있어서, 고락이 늘 되풀이되므로 윤회한다고 말합니다. 즐거웠다가 괴로웠다, 좋았다가 나빴다 한다는 겁니다. 우리의 행복과 불행, 즐거움과 괴로움은 '내 뜻대로 이루어진다, 안 이루어진다'를 기준으로 돌고 돕니다.

 

좋은 일이 생겨서 행복한 것은 나쁜 일이 생겨서 불행한 것과 늘 반반씩 되풀이합니다. 그것은 진정한 행복이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자기 뜻대로 돼서 기분이 좋은 것은 마약 주사를 맞은 것과 똑같아서 계속 맞아야 합니다.

 

지나온 삶에서 행불행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잘 살펴보세요. 지금 일어난 일이 나쁜 것 같고, 저 일은 좋은 것 같은데, 지나고 보면 나쁜 일이었던 게 오히려 나에게 더 이득이 되는 경우가 있고, 좋은 일 같았던 게 더 손해가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것을 알고 나면 행복에 집착하고 불행에 괴로워하는 감정기복이 좀 줄어듭니다. 전에는 좋은 일 갖고 행복해 하고 나쁜 일 갖고 불행에 빠져들었다면, 이제는 '지금은 나쁜 것 같지만 꼭 나쁘다고 볼 수 없을 거야' '이건 좋은 일 같지만 꼭 좋다고만 볼 수 없을 거야.' 이걸 알아갑니다. 그러면 외적인 조건에 크게 영향 받아서 지나치게 기뻐하거나 지나치게 슬퍼하는 일이 줄어듭니다.

 

저는 예전에 고문을 당하기도 하고 감옥에 가서 몇 달 살기도 했습니다. 그 때는 힘들었지만 그 경험이 법문거리든 수행의 과제든 모든 면에서 도움이 됩니다. 또 세상을 이해하는 데도 굉장히 도움이 되었습니다.

단적으로 제가 교도소에 가서 법문을 해도 감옥살이를 하기 전과 한 뒤에 대중을 대하는 태도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감옥에 들어가보기 전에는 "당신들이 나쁜 짓을 했지만 지금이라도 반성하면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 이랬을 겁니다.

 

그런데 제가 그 안에 있으면서 수감자들의 마음상태를 좀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집시법 위반이라는 죄목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양심수로 분류되었는데 취조 과정에서 말을 안 듣는다고 일반재소자 12명이 있는 방에 보내졌습니다. 그 방 사람들은 도둑질이나 이런저런 위법행위를 저지르고 들어왔는데, 보통 잡범이라고 부르지요. 그런데 그들 모두 하는 말이 자기는 죄가 없다는 겁니다. 다 억울하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지금 제가 수감자들에게 법문을 한다면 첫마디를 이렇게 할 겁니다.

 

"여러분들, 다 억울하시죠?"

그럼 그 사람들의 마음에 확 다가갈 수 있겠지요. 이것은 책을 보고는 얻을 수 없는 경험입니다. 직접 감옥에 가보고 수감자들을 만나보면서 얻은 것이기 때문이에요. 그 때는 힘들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였던 겁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안 좋다는 일도 꼭 안 좋다고만 볼 수는 없는 거예요.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경험을 하니까 나이가 들면 원숙해진다고 합니다. 젊을 때는 한 사건이 일어나면 그게 전부인 줄 알고 울고불고 난리를 쳤는데, 지나놓고 보면 그것도 참 좋은 일이었거든요. 실연해서 세상이 무너지는 것처럼 힘들어했는데, 지나고 보니 그 일로 해서 사람 보는 안목이 생기고 연애 심리도 이해하게 됩니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은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미 일어나 버렸는데 그걸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해서 바뀌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다고 '무조건 잘될 거다.' 하는 낙관이 아니라, '일어나버린 일은 항상 잘된 일이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보고 거기서부터 출발하면 어느 상황에서든 배울 수 있고, 그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지혜로운 조언도 해줄 수 있게 됩니다.

- 인생수업(법륜 지음) 中 발췌

'세상사는 이야기 >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습관의 힘  (0) 2017.12.02
돌을 맞아도 흐르는 강.  (0) 2017.12.01
원칙을 세우고 지켜라  (0) 2017.11.12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0) 2017.11.06
무제  (0) 2017.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