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아버지가 된다는 것의 의미
심리학적으로 부모가 된다는 것
생물학적으로 부모가 되는 것과 심리학적으로 부모가 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엄마 역할, 아빠 역할은 아이를 출산했다고 자동으로 되는 것이 아님에도 사회는 왜 여기에 대해 질문을 던지지도, 갖지도 않는지 모르겠다. 특히 여자가 엄마가 되는 것보다 남자가 아빠가 되는 일은 더욱 어렵다.
여자들은 임신을 하자마자 신체의 변화를 감지하며 온몸으로 모성을 경험한다. 여기에 비해 남자들은 아빠가 되었음을 직접적으로 체험할 기회가 없다. 아이가 "아빠"라고 불러 줄 때에야 비로소 아버지가 되었음을 실감할 뿐이다. 어느 남성은 아이가 중학생이 되어 말썽을 부리자 불현듯 자신이 아버지라는 사실을 지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경우만 봐도 벌써 엄마와 비교했을 때 10년의 시차가 발생한다.
남자와 여자는 각각 아빠, 엄마가 되는 일에도 시차를 가지며, 특히 남자가 아빠가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여자가 엄마가 되는 데 걸리는 시간보다 훨씬 길다. 이처럼 비교적 늦게 아버지가 될 수밖에 없는 게 남자의 숙명이라도 이것이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아이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아이에게 아빠가 필요한 순간은 어렸을 때 잠깐뿐일 수도 있다. 가장 필요할 때 함께 있어주는 것, 이것이 부모가 아이에게 무조건적으로 해줘야 할 양육의 덕목이다.
기억에 남는 활동을 공유하라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지 못한 게 가장 한이에요."
대부분의 남성들이라면 공감하는 대목일 것이다. 하지만 너무 안타까워할 필요는 없다. 아이의 유년기는 놓쳤지만 청소년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은 목격할 수 있다.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아버지로서 자녀가 다 크기 전에 눈에 담을 수 있는 '성장'이 남았으니. 이때라도 아이에게 집중하면 된다.
무엇보다 이 시기에 가족과 재미있게 보내는 연습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사회적으로 왕성한 생산 활동을 하고 있는 아빠는 바쁠 수 밖에 없는 만큼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한 번을 보내더라도 진하게 보내는 것이 좋다 아버지의 사랑을 보여줄 수 있는 상징적인 활동을 한 가지 정해서 아이와 함께 해보는 것도 좋다. 아이들은 그것을 사골처럼 오래오래 평생을 우려먹는다.
김정운 교수는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라는 책에서 두 아들과 시간이 날 때마다 동네 뒷산의 약수터를 찾는다고 썼다. 이외에도 내 지인은 아들과 비밀 서랍을 공유했다. 그 서랍 안에는 아들이 아빠에게, 아빠가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는 노트가 들어 있었다. 일이 바빠서 아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서 제안했던 것인데, 처음엔 아들이 갖고 싶은 선물 목록만 적다가 차츰 이성 교제부터 진로에 대한 고민까지 거기에 남겼다고 한다. 돈과 시간을 따로 들이지 않으면서 부자간에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참 좋은 방법이다.
엄마는 아이와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만큼 굳이 이런 활동을 하지 않아도 가까워질 기회가 충분할 수 있다. 하지만 아빠는 다르다. 따라서 아이 마음에 영원히 각인될 상징적인 활동을 함으로써 아빠의 자리를 채워준다면 아이가 성장하는 동안 크게 삐뚤어지는 일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출처: 인생의 중간쯤 왔다면 이제 나를 안아줘야 할 시간/ 한성희 지음/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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