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나의 이야기

어느 노숙인의 기도

딸기라때 2019. 1. 28. 08:00

어느 노숙인의 기도

  

 

둥지를 잃은 집시에게는 찾아오는 밤이 두렵다.

타인이 보는 석양의 아름다움도 집시에게는

두려움의 그림자 일 뿐...

 

한때는 천방지축으로 일에 미쳐

하루해가 아쉽고 짧았는데 모든 것 잃어버리고

사랑이란 이름으로 따로 매였던 피붙이들은

이산의 파편이 되어 가슴 저미는

회한을 안긴다.

 

굶어 죽어도 얻어먹는 한술 밥은

결코 사양하겠노라 이를 깨물던 그 오기도...

일곱 끼니의 굶주림 앞에 무너지고

무료 급식소 대열에 서서...

 

행여 아는 이 우연히 만날까 조바심하며

신문지로 얼굴 숨기며 아려오는 가슴을 안고

숟가락 들고 목이 메는 아픔으로

한 끼니를 만난다.

 

그 많던 술친구도

그렇게도 갈 곳이 많았던 만남도

인생을 강등당한 나에게

이제는 아무도 없다.

 

밤이 두려운 것은 어린아이만이 아니다.

오십 평생의 끝자리에서 잠자리를 걱정하며

아무도 없는 공원 의자에 맥없이 앉으니

만감의 상념이 눈앞에서 춤춘다.

 

소주를 벗 삼아 물 마시듯 벌컥대고

수치심 잃어버린 육신을 아무 데나 눕힌다.

차라리 비겁한 생을 마감해야겠다는

잘못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면

 

눈물을 찍어 내는 아내와 두 아이가

"안 돼! 아빠 안돼! 아빠" 한다.

 

그래, 이제 다시 시작해야지

교만도 없고, 자랑도 없고

그저 주어진 생을 가야지

 

내달리다 넘어지지 말고

편하다고 주저앉지 말고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다시 올 그날의

아름다움을 위해...

      

지금은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다고 해도,

작은 희망과 가냘픈 노력을 포기하지 않고

'다시 걸어가야지.'라고 말하는 당신을

우리는 부정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포기하지 않은 그 걸음을

우리는 함께 할 것입니다.

 

 

[오늘의 명언]

그 앞에서 움츠러들지 않고 대담하게

뚫고 나갈 결심을 굳힌다면 우리를 가로막는

장애물 대부분은 사라질 것이다.

오리슨 스웨트 마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