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나의 이야기

세 수도승의 웃음 (라즈니쉬)

딸기라때 2019. 5. 12. 07:30

 

세 수도승의 웃음   

 

이름도 전력도 알 수 없는 세 명의 수도승이 있었다. 그들은 오직 한 가지 일만을 했다.   

 

그것은 장터나 마을의 한 복판에 서서 큰 소리로 웃음을 웃는 일이었다.

   

그들은 온 몸으로 웃었다. 그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들의 존재 자체가 하나의 큰 웃음인 듯 했다. 사람들은 덩달아 웃을 수밖에 없었다.  

 

웃음은 또 다른 웃음과 웃음을 낳아 마을 전체가 기어이 큰 웃음의 바다에 빠져드는 것으로 끝이 났다. 세 수도승은 큰 소리로 활기차게 웃고 돌아다닐 뿐 입을 열어 아무런 가르침도 펴지 않았다. 웃음 자체가 그들의 가르침이요 메시지 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어느새 세 수도승과 그들의 웃음을 사랑하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세 수도승 중의 한 사람이 임종을 맞게 되었다.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각지에서 모여들었다.   

 

사람들은 이번에는 남은 수도승들이 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죽은 친구의 시신 앞에서 두 수도승은 배꼽을 잡고 웃고 있었다.

 

 

상식 밖의 상황에 황당해진 사람들이 간청했다. "도대체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이번 일만은 제발 저희들에게 입을 열어 설명해 주십시오." 그러자 두 수도승은 처음으로 사람들의 물음에 이렇게 대답했다.   

 

"이 친구가 이겼기 때문에 웃고 있소. 우리는 우리 세 사람 중에 누가 제일 먼저 죽을까 늘 궁금했소. 그런데 이 친구가 이겼소. 이제 그를 마지막으로 보내는 마당에 웃지 않고 달리 무엇을 할 수 있겠소."  

 

수도승의 시신을 화장하는 당일, 온 마을 사람들은 큰 슬픔에 잠겼다.

    

그런데 갑자기 죽은 수도승이 깨어나 살아있는 두 수도승에게 말을 걸었다. 


 

"여보게, 제발 염을 하거나 수의를 갈아입히지 말고 그냥 이 모습 이대로 화장을 해주게나.   

 

자네들도 알다시피 나는 늘 웃고 다니느라 어디 때 같은 때를 묻힐 여가도 없었잖나?"   

 

두 수도승은 그 말에 또 한 번 껄껄 웃고 말았다.   

 

소원대로 수도승의 시신은 장작더미 위에 올려졌다. 그리고 불을 붙이자 이내 뻥뻥뻥 하면서 일시에 폭죽이 터져 나왔다.   

 

죽은 수도승은 아무도 몰래 자신의 몸속에 폭죽을 감추고 있었던 것이다.   

 

화장터는 활짝 웃음꽃이 터지며, 돌연 축제의 한 마당으로 변하고 말았다. 

- 라즈니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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