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애의 상처가 흘리는 피-분노
분노라는 무의식을 다스리는 방법
우선, 화가 난건지 아닌지는 마음과 몸을 살피면 알 수 있습니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한다면, 심장 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했다면, 말이 갑자기 빨라진다면, 갑자기 빨리 걷기 시작했다면, 갑자기 서랍을 뒤집어 정리하기 시작했다면 화가 난 것입니다. 왜 화가 났는지는 금방 잘 모릅니다. 일단 화를 가라앉히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깊게 숨을 쉽니다. 별거 아닌 방법 같지만 아주 큰 효과가 있습니다.
깊게 숨을 쉬기 위해서는 우선 숨을 내쉬어야합니다. 숨이 차있는데 숨을 들이쉬면 힘이 들어갑니다. 숨을 내쉬어야 새 숨이 들어올 공간이 생깁니다. 들이쉬는 숨은 세 박자, 내쉬는 숨은 다섯 박자 정도로 길이를 조정합니다. 그러면서 손발이 무겁거나 따뜻해지는 느낌을 상상하십시오.
그리고 내 안에 분노가 ‘호랑이’라면 우리에서 뛰쳐나온 호랑이를 일단 달래서 그 안으로 다시 넣는다고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상상합니다. 그 후에 우리 안에서 호랑이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이어가십시오. 그것이 안전하게 분노를 내 안으로 끌어안는 방법입니다. 분노 역시 내가 만들어낸 내 마음의 자식입니다.
이제는 화를 낼 필요와 가치가 있는지 생각해봅시다. 화를 낼 필요가 있다면 평소 내가 화를 내는 방식 외에 다른 방식이 있는지도 생각해봅니다. 그리고나서 상대의 입장을 짐작하려고 애를 써 봅니다.
물론 당장 화가 났는데 상대 입장에서 생각하기는 대단히 어렵습니다. 그러나 되풀이해서 연습하면 몸에 뱁니다. 상대의 입장에 공감을 하려고 노력하면서 분노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를 생각해보세요. 무조건 상대의 잘못이라고만 생각하지 마세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의 말이나 행동이 내 안의 무엇을 건드려서 화가 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내 안의 그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화를 낼 만한 가치가 있는지 생각해보세요.
그러고나서 그 사람과 대화를 시작합니다. 이때 단어 선택을 정말 잘 해야합니다. 처음부터 그에게 내가 화가 났다고 말하면 상대가 부담을 갖습니다. 일단은 내가 “마음이 불편해졌다.”고 하세요. 그리고 기다리세요. 궁금해진 상대는 당신에게 무엇이 불편한지를 물어올 것입니다. 그러면 다시 좀 더 이야기를 하세요. 예를 들어 “당신이 이렇게 말을 (행동을) 했는데 나는 그것이 마음에 걸렸다”고 하면 상대가 어째서 그렇게 느꼈는지를 되물을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단계별로 천천히, 물속에서 양파의 껍질을 벗기듯이 진행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갑자기 내 분노의 화산이 터지고 상대는 살기 위해 거기에 격렬하게 반응하거나 도피하는 ‘실패 시나리오’를 피해갈 수 있습니다.
단어를 신중하게 선택하라고 해서 화나는 감정을 억지로 숨기라는 말은 아닙니다. 상대편에서 볼 때 이쪽이 화가 난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어야 합니다. 상대가 둔한 사람이면 차라리 화가 난다고 담백하게 말하는게 좋을 때도 있습니다. 그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른다고, 그의 반응을 보면서 말하려고 이야기를 빙빙 돌리지 마십시오. 그러면 내가 화가 난 것을 상대가 전혀 이해 못하고 내가 유별나다고 생각하면서 상황은 더 얽혀버립니다.
꼭 화를 내야만 한다면 그 방식을 잘 골라야 합니다. 좋은 방식과 나쁜 방식이 있습니다. 화를 내기 전에 내가 선택한 방식에 대한 모든 책임이 나에게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고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화가 난 일차적 책임이 상대방에게 있더라도 그에게 아무렇게나 화를 낼 권리는 나에게 절대로 없습니다. 내가 화를 내는 행위의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습니다. 그러니 가능하면 좋은 방식을 선택하십시오. 상대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그에게 내가 화가 난 것을 우선 아주 간단하게 알리십시오. “나는 네가 나에게 이러이러해서 화가 난다.”그러고 나서 단계를 밟아가세요. 대표적인 나쁜 방식은 폭력을 쓰는 것입니다. 당연히 폭력은 폭력을 부릅니다. <중략>
분노는 판단력을 흐리게 합니다. 분노의 함성 속에서 진실은 왜곡되고, 부분적 진실은 진리로 등장합니다. 화가 나면 남의 말이 잘 안들립니다. 적대감이라고 하는 아주 성능 좋은 필터가 마음에 생겨서 좋은 뜻의 말을 걸러 내거나 왜곡해서 나쁜 뜻으로 듣게 합니다. 그러니까 상대가 하는 말을 제대로 들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야합니다. 용서하는 마음을 그 필터에 덧씌우면 보정이 되어 도움이 됩니다.
화는 자기애의 상처에서 터져 나온다고 했습니다. 상대가 나의 가치에 상처를 주면 분노를 통해 자기애를 지켜나가려 합니다. 자기애란 내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자 나의 가치에 대한 나의 사랑입니다. 자기애는 내가 항상 무대의 중심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는 주연으로 남아있기를 원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불안, 수치심, 분노가 얼른 찾아옵니다. 사귀고 있는 연인과 식사하는 자리에 자랑하려고 친구를 데리고 나갔다가 그가 그녀에게 보이는 관심 때문에 화가 난다면 자기애가 상처를 받은 것입니다. 세 사람이 모이는 자리는 늘 위험합니다.
정말 자신이 있는 사람을 화를 잘 내지 않습니다. 스스로 남보다 훨씬 더 우월한 존재라고 억지로 우겨 생각하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자존심에 상처를 받으면 불같이 화를 냅니다. 그 상처를 “나는 누구여야만 한다.”고 늘 주장해오던 자아 이상에 대한 ‘선전 포고’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평소에 작은 성공을 통해 조금씩 자신감과 자존감을 쌓아놓으면 사실 화를 낼 일이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남들을 그냥 그 사람들 자체로 받아들이면 그들에게 과도한 기대를 해서 화가 나는 일을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내가 세상을 움직일 수는 없지만 내가 나를 움직일 수는 있습니다.
프로이트의 의자 / 정신분석의 정도언 지음 / 인플루엔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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