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봉상대 (針鋒相對)
“모든 문답이 바늘과 칼날이 맞부딪치듯 해, 가는 터럭만 한 틈조차 없었다(夫一切問答 如針鋒相投 無纖毫參差).”
송(宋)나라 때 석가모니 제자의 일화를 모아 정리한 선종 경전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의 한 구절이다. 바늘 침을 날카로운 칼날로 맞받는다는 성어 침봉상대(針鋒相對)의 출처다. 맞대응을 뜻하는 영어 ‘팃포탯(tit fot tat)’의 중국식 표기로 쓰인다. 성경 속 경구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직역한 “이안환안 이아환아(以眼還眼 以牙還牙)”라고도 한다.
미·중 신냉전 시대를 맞은 중국의 전술이 침봉상대다. 미국을 상대로 먼저 공격하지 않지만, 공격을 받으면 반드시 응수하겠다는 후발제인(後發制人)의 태도다.
용과 호랑이가 다투고 울부짖는 용호상박(龍虎相搏) 호소용음(虎嘯龍吟)의 분위기 속에 중국의 외교 레토릭이 격해지고 있다. 중국의 외교 용어는 겉말과 속뜻이 다른 게 특징이다. 여기에다 말에 따라 친소(親疏)와 사안의 경중(輕重)을 구분한다. 최상급 표현은 “친밀하게 우호적 회담을 가졌다(親切友好交談)”는 용어다.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눴다는 “탄솔교담(坦率交談)”은 의견 차이가 커 소통할 수 없다는 중의(重意)적 표현이다. “의견을 교환했다(交換了意見)”는 회담에서 각자의 입장을 밝혔을 뿐 합의는 없었다는 말이다. “존중(尊重)”은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이고, 높이 평가한다는 “찬상(贊賞)” 역시 ‘완전히 동의한 것은 아니다’는 이중적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분노를 표현하는 용어도 등급이 나뉜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엄중관절(嚴重關切)”은 ‘엄중하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뜻이지만 외교 용어로 쓰이면 “깊이 우려한다”는 뉘앙스로 바뀐다. 곧 간섭하겠다는 의미다. “눈을 비비며 간절히 기대하다”는 식목이대(拭目以待)는 “최후의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낭떠러지에 이르러 말고삐를 잡아 멈춘다는 “현애륵마(懸崖勒馬)”는 무력 사용까지 불사한다는 고강도 경고다.
최후의 경고는 “경고하지 않았다 말하지 말라(勿謂言之不預·물위언지불예)”다. 중국이 인도·베트남과 전쟁에 돌입하기 직전 단 두 번 사용했다. 지난달 29일 인민일보가 미국을 비난하며 이 말을 썼다. 중국의 결기에 도리어 조바심이 묻어난다. 이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만날 미·중 두 정상이 현명한 결정을 내리길 기대해 본다.
출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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