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장애 2편: 불안과 공황은 피하지 말고 마주한다
불안과 공황 증상을 환자 스스로 극복하는 길은 없을까?
물론 있다. 다만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나 먼저 자기의 고통이 불안장애나 공황장애라는 병적 상태에 해당되는지, 신체적인 이상은 없는지를 가려내야할 것이다. 병도 아닌 정상적인 불안을 불안장애라고 믿고 환자노릇을 할 필요는 없다. 스트레스로 인한 특수한 불안공포 반응은 짧은 시기에 회복되고 치료하지 않아도 시간이 가면 낫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신경증적인 장애인 불안장애와는 다르다.
불안장애나 공황장애는 정신병이 아니고 비교적 가벼운 신경증이기는 하나 그 불안증상 때문에 생활해 나가기가 매우 힘들고 작업능률도 떨어지는 병이다. 환자가 겉으로는 적응을 잘하기 때문에 가족들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수가 있으나 본인은 그렇지 않다. 혼자서 괴로움을 삭이고 있다.
불안장애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가장 흔히 쓰는 방법은 항불안제 또는 특수한 항우울제 등을 쓰는 약물치료이다. 환자도 대부분 약 먹는 것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약을 먹으면 불안증상이 많이 완화되거나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안장애에 약만 주는 것은 충분한 치료라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증상만 완화시키고 병이 나게 된 성격상의 근본문제와 삶의 과제를 전혀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항불안제로 많이 쓰는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약물은 예외 없이 습관성이 있다.
그러므로 약은 증상이 심해서 심리적으로 자신을 살필 마음의 여유가 전혀 없을 때만 임시로 쓰는 것이 좋다. 습관성이 없는 항불안·항우울 효과가 있는 약도 있다. 이런 약은 불안과 공황을 완화시키기는 하지만 치료제라고 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어쨌든 약과 함께 정신치료를 꼭 받아야 할 것이다.
심층적인 치료는 개인 정신요법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개인마다 풀어야 할 과제가 다르다. 그러나 그 이전에 환자 스스로 불안과 공황에 대하여 지금까지 잘못 생각하고 대처해 온 사실을 정확하게 알고 그릇된 자세를 고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황발작은 하나의 폭풍과 같은 것이다. 그것은 느닷없이 찾아와서 환자의 편안한 마음을 뒤집어 놓고 가버린다. 공황발작은 침착하게 대처하면 저절로 가라앉는 일과성 태풍이다. 환자는 노이로제의 공황발작으로 죽지 않는다는 확신을 가지고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가슴은 곤두박질치고 숨이 막히고 정신이 돌 것 같을 때 자기의 자세를 보라. 당신은 정말 큰 곰이 잡아먹을 듯이 들이닥친 듯 검은 그림자 앞에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 사람 같은 형국을 하고 있다. 순전히 ‘죽을 것 같다’는 가상적인 공포 때문에 정말 생명의 위험이 온 것 같은 방어 자세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난센스이다.
그래서 나는 환자에게 말한다. 공황발작은 지나가는 바람이다. 우선 편안히 앉아서 어깨의 힘부터 빼라고. 숨은 규칙적으로 천천히 쉬도록 하라. 우리 문화 전래의 단전호흡처럼 복식호흡(배로 숨 쉬는 것)은 횡경막을 움직이는 것이어서 부교감신경을 자극하며 교감신경의 흥분을 가라앉히기 좋다. 자연스런 자세로 앉는 참선의 자세도 도움이 된다. ‘이것은 지나가는 바람이다. 나는 지금 흔들리지만 지나가는 바람, 불어라 바람아, 지나가거라-.’ 이런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 이런 자세로 불안과 공포를 이겨낸 사람은 자신감이 생길 것이고 불안을 미리 불안해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자세가 추가되면 가장 좋을 것이다. ‘이 불안이 나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이다. 나에게 고통을 주는 이 바람이 무의식의 뜻을 담고 있다고 했다. 이 바람이 가져다주는 사연은 무엇인가? 나를 어떻게 바꾸라는 것인가?
불안·공황을 피하지 않고 마주보는 것, 그저 그렇게 흘러가게 하는 것, 굳이 막으려 하지도 않고 호들갑 떨며 미리부터 겁내면서 불씨에 기름 붓는 식으로 당황하지도 말 것, 불안·공황을, 그것이 험상궂게 생기기는 했으나 무의식의 창조적 뜻을 전달하려는 손님으로 맞이한다면, 그토록 무서운 불안·공황도 견디기 쉬워질 것이다. 그 창조적 뜻이란 무엇이겠는가. 나의 성숙, 고통 없이는 이룰 수 없는 창조적 변화이다. 이것은 모든 노이로제의 치료에 임하는 환자와 치료자의 자세이다.
정신건강 이야기 / 이부영 지음 / 집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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