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지탱하는 건 거창한 게 아니야
수십 년간의 연구 끝에 학자들은 사람이 자신의 삶을 허무하지 않고 의미 있다고 느끼기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나는 내 삶에 궁극적으로 큰 목적이 존재한다는 ‘목적의식purpose’, 다른 하나는 내 삶이 쓸모없지 않으며 ‘중요성significance’을 가진다는 느낌, 마지막은 세상에는 나름의 규칙 또는 이치가 존재해서 다양한 사건들이 내가 ‘예측predictability하고 신뢰reliability’할 수 있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어떻게 하면 이런 느낌을 가질 수 있을까? 꽤 어려워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충족시킬 때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거대한 성취 못지않게, 맛있는 걸 먹고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등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 스스로 뭔가를 만들거나 키우는 등 작은 생산 활동을 하며 느끼는 성취감, 내 힘으로 무언가를 해냈다는 통제감, 가족(육아 포함)이나 친구, 반려동물 등 누군가를 돌보는 기쁨, 누군가에게 내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데서 오는 쓸모 있다는 느낌과 의미감, 흠뻑 빠져들 만한 열정... 이렇게 일상생활에서 흔히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이, 우리가 ‘나는 행복하고 내 삶 또한 의미가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특히 앞으로 살아갈 날이 얼마 안 남아 있다든가 삶의 유한함을 직면한 경우, 큰 성취에서보다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행복한 시간같이 소소하지만 즐거운 일에서 더 큰 의미를 느끼는 현상이 나타난다.
뭔가 거창한 것이 있어야 할 것 같지만, 의미를 찾는 일은 생각보다 쉽고 특별할 게 없다. 삶의 의미에 대해 머리 아프게 고뇌할 시간에 밥이나 맛있게 먹으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일상에서 흔히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작은 일에서 충실하게 즐거움과 의미를 거두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일리 있는 말이다. 삶이 아무 의미 없이 느껴질 때 인생을 180도 바꿀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나서는 것도 좋지만 우선 맛있는 걸 먹어보자.
삶이 힘들 때일수록 이렇게 기본적인 것이 우리 삶을 지탱해주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한 연구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겪고 있는 전직 군인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다. 그 결과, 똑같이 심한 수준의 PTSD를 겪고 있더라도 건강한 식습관을 가지고 적당히 운동을 하는 등 일상적으로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했던 군인들이 그렇지 않은 군인들에 비해 자살할 생각을 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자살에 대한 생각이 낮은 수준의 PTSD를 겪고 있는 사람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남).
한편 ‘스트레스 슬리퍼stress sleeper’라는 말이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잠을 자버리는 사람을 뜻하는데, 이 말처럼 실제로 잠이 특히 정서적 충격을 줄여주는데 효과적이라는 발견이 있다.
나 또한 머리 아픈 일로 며칠씩 씨름을 할 때 정말 맛있는 초콜릿 한 조각을 먹거나 그냥 하루 푹 자버리면 그다음엔 문제가 생각보다 별일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잠깐 짬을 내서 좋아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거나 또는 몸을 움직여 가벼운 운동을 하고 나면 다시 삶을 살아낼 기운이 난다. 하지만 이런 기본이 무너져버리면 그때는 정말 출구가 없어져버리는 것 같다. 따라서 힘들 때일수록 삶의 기본을 충실히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 박진영 / 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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