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애의 가장 추한 비밀 ‘편애’
부모의 편애로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인터넷 익명게시판의 단골 주제다. 특히 가족들이 모두 모이는 명절이 지나고 나면 아문 줄 알았던 상처가 다시 터지면서 내면의 어린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며 불쑥 튀어나오곤 한다. 자식들 중 누구를 가장 사랑하느냐는 질문에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속담이 대답으로 곧잘 인용되지만, 더 아픈 손가락과 덜 아픈 손가락이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편애의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다. 자신과 닮은 외모나 기질 때문에 특정 아이를 편애할 수도 있고, 가장 먼저 낳은 아이나 막내를 편애할 수도 있다. 성별이 기준이 되기도 하고, 아이의 능력이나 성취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반대로 한 아이가 훨씬 문제적이고 병약할 때, 더 많은 주의와 관심을 필요로 한다는 이유로 편애할 수도 있다. 의도적인 것은 아니지만 숨기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한 아이에게로만 쏠리는 관심과 애정 어린 시선. 특히 가정 내 자산이나 자원이 충분치 않을 때 편애가 발생하기 더 쉽다.
문제는 아이들이 다른 가족들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이 어떤 취급을 받는지를 아주 잘 알아채는 동물적 본능을 지녔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심대하다. 2013년 2월 캐나다 아동발달저널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모가 한 아이에게 더 많은 사랑을 보이는 것은 공격성, 관심 갈구, 정서적 문제 등 아동의 정신건강에 여러 문제를 초래한다. 자신이 사랑 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아이는 낮은 자존감은 물론이거니와 평생토록 나는 특별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갖기 위해 애정을 갈구하게 된다. 형제간의 우애가 좋을 리 만무하다. 어른이 돼도 형제는 엄마와의 관계를 놓고 서로를 비교하고, 이는 성인 자녀들간의 우애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 연구를 이끈 제니 젠킨스 토론토대학 응용심리학 교수는 “편애는 사랑 받지 못하는 아이뿐 아니라 가족 전체에 해악을 끼친다”며 “아이가 불공평하다며 난리법석을 피울 때에는 ‘나는 지금 사랑 받지 못하고 있어’라는 하소연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이에게 화가 날 때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십시오. 나는 지금 아이가 한 짓 때문에 화가 난 건가, 아니면 저 아이가 그 짓을 했기 때문에 화가 난 건가 물으세요.”
편애가 아이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에 미치는 더 심각한 영향을 밝혀낸 연구도 있다. 지난해 결혼과 가정 저널에 발표된 ‘엄마의 차별과 성인기 자녀의 우울증’이라는 논문에 따르면, 일관되게 엄마로부터 편애를 받았거나 거부당했던 아이 모두 중년기에 우울증을 겪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브리검 영 대학의 알렉스 젠슨 교수팀이 10대 형제 자매가 있는 282가족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부모에게 무시당한다고 느끼는 아이들이 약물이나 알코올, 담배 등에 중독될 확률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약간 차별 받은 아이들은 그 확률이 2배 이상이었고, 매우 차별 받은 아이들은 4배 이상 중독 가능성이 높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부모가 실제 아이들을 어떻게 다루었느냐가 아니라 아이들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인지하느냐 여부. 부모가 실제 편애하지 않았더라도 아이가 차별 받았다고 생각한다면 문제가 발생한다는 얘기다. 젠슨 교수는 “아이들이 부모가 자신을 정말로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함으로써 인지된 편애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자기만의 관심사를 발달시키고 자기정체성을 찾기 시작할 때 이를 존중해주고 가치 있는 것으로 평가해주면 아이들이 사랑 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 데 도움이 된다”고 충고했다.
편애는 사랑 받지 못한 아이에게만 상처를 남기는 게 아니다. 가장 사랑 받은 아이조차도 편애로 인해 악영향을 받는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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