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부모님과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 걸까?
“우리 부모님은 내가 하는 말을 다 들어보지도 않고 이래라저래라 해요.”
언어학자와 인류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남자와 여자는 대화를 하는 목적이 서로 다르다고 한다. 남자들은 보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대화를 한다. 반면 여자들은 지금 있는 감정을 풀어놓고 공감을 얻기 위해 대화를 시작한다. 그래서 여자가 속상하다고 하면 남자는 자신이 그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여자가 자꾸 속상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면 “그래서 뭐 어쩌자고? 도대체 뭐가 문제인데?” 라고 짜증을 낸다.
부모들 역시 아이들과 이야기할 때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아이가 “아, 심심해” 라고 말하면 부모들은 “그럼 나가서 놀아”, “숙제도 안 했으면서 뭐가 심심해” 라고 말한다. 아이 입장에서 보면 그것만큼 기분 나쁜 일도 없다. 그저 내 기분이 어떻다고 말했을 뿐인데 이런 류의 반응만 돌아오면 괜히 얘기했다고 후회하며 입을 다물게 된다.
희재의 경우도 그랬다. 희재는 수민이와 단짝 친구이면서도 하루가 멀다고 티격태격하는 사이였다. 하루는 희재가 어머니에게 수민이 험담을 늘어놓았다. 그러자 어머니는 수민이가 그럴 리 없다며 수민이를 두둔했다. 희재는 “엄마는 도대체 누구 편이야? 친구랑 나랑 싸우면 당연히 내 편을 들어야하는 거 아냐?” 라며 쏘아붙였다.
그 후 언제 그랬냐는 듯 수민이와 사이좋게 잘 지내더니 며칠 지나지 않아 수민이 때문에 화가 나서 미치겠다고 툴툴거렸다. 저번 일도 있고 해서 어머니는 희재에게 “그래, 수민이 걔 좀 이상하다. 너무 이기적인 것 같애” 라며 은근히 딸인 희재 편을 들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희재가 “엄마는 왜 내 친구를 욕해? 엄마가 수민이에 대해 뭘 안다고?” 라며 앙칼지게 대드는 것이 아닌가.
희재 어머니는 아이가 이래도 짜증을 내고 저래도 짜증을 내니,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희재 어머니의 문제점은 자신이 아이에게 뭔가 의견을 제시해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데 있다.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말할 때 뭔가 어설프게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오히려 그냥 수긍하면서 아이의 말을 잘 들어주고 공감해주면 의외로 문제가 쉽게 풀린다.
희재처럼 열일곱 살쯤 되면 친구뿐만 아니라 주변의 여러 대상에게 ‘양가감정’을 가진다. 이때 양가감정이란 마음속에 모순된 감정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까 희재는 수민이와 다투었을 대조차 수민이가 밉기도 하지만 좋기도 한 것이다.
그러므로 부모들이여, 제발 열일곱 살의 말에 뭔가 의견을 제시해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려라. 자녀는 당신의 의견 그 자체보다 당신이 충분히 들어주고 이해와 공감을 해주는 것에 더 큰 힘을 얻는다.
이정현 / 심리학, 열일곱살을 부탁해 / 걷는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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