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온기로
어쭙잖은 위로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위로뿐만이 아니다. 마음에도 없는 격려의 말들, 희망의 말들이 난무한다. 진심이 담기지 않은 말로는 어떠한 위로도, 마음의 안식도 얻을 수 없다. 괜찮아질 거라는 말은 속이 텅 비어 있고 힘내라는 말은 이미 제 역할을 상실했다. 온화하고 따뜻하며 마음의 균형을 이루는 말은 찾아보기 힘들다. 사람들 사이에 오고 가는 위로는 이미 눅눅해져 찝찝하기까지 하다. 무조건 반사 식의 위로는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받는 사람에게 폭력이 될 때가 있다.
우리는 섣불리 위로의 말을 상대에게 건네서는 안 된다. 상대의 아픔은 눈이 아닌 가슴으로 느껴야 한다. 가슴은 스스로 속이기를 불편해하며 왜곡하려 들지 않는다. 괜찮다고, 조금 있으면 나아질 거라는 말도 좋지만 보듬어주고 쓰다듬어 주는 게 더 필요하다. 상대가 원하는 건 듣기 좋은 말이 아니라 투박하지만 온기 있는 손으로 어루만져 주는 것이 아닐까. 가끔은 손끝으로 전해지는 작은 온기가 훨씬 더 상냥하게 다가온다.
지인들과 힘든 일상을 토로하던 어느 술자리에서 늘 밝던 친구가 그날따라 안색이 좋지 않았다. 평소에는 고민거리도 들어주고 나름의 대안도 마련해 주면서 분위기를 이끌던 친구였는데 무슨 일인지 아무 말이 없었다. 우리는 그에게 뭐가 그리 힘드냐며 괜찮아질 거라고, 힘내면 된다고 한 마디씩 건네기 시작했다.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술잔을 비웠지만 좀처럼 표정이 나아지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그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듣지 못했던 것 같다. 그저 괜찮아질 거라는 말만 건네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주제를 바꾸며 이야기하던 도중 느지막이 또 다른 친구가 도착했다. 간단한 인사를 하고 술 한 잔을 따른 뒤 그늘진 친구의 얼굴을 눈치 채곤 우리에게 물었다.
“얘 무슨 일 있었냐?”
“몰라, 말을 안 하네, 세상 사는 거 다 힘들다고, 기운 좀 내라고 말했는데도 저런다. 앞으로 좋은 일만 있을 거라고 힘을 줘도 좀체 기분이 안 풀리나봐.”
그는 술 한 잔을 마시고 풀 죽은 친구를 그윽하게 바라보더니 한마디 건넸다.
“이리와, 안아 줄게.”
친구는 아무 말 없이 그 친구에게 와락 안겼다. 그러고는 펑펑 울었다. 술기운 때문이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위로의 말이라고 건넸던 숱한 말보다 별 말 없이 안아 주었던 게 위로가 된 것만은 분명했다.
그저 손 한번 잡아주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
따듯한 마음으로 상대를 안아주는 것
그렇게 아무 말 없이도 위로가 될 수 있다.
괜찮냐는 말 없이도 괜찮아질 수 있다.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건
숱한 말보다 작은 온기가 아닐까
전승환 / 행복해지는 연습을 해요 / 허밍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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