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건강

(마음건강자료실)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딸기라때 2019. 7. 13. 07:30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시련이 찾아왔을 때 괜찮지 않은데도 괜찮은 척하는 사림이 있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다. 괜찮은 척하는 데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내 경우에는 시련 앞에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였다. 모든 시련 앞에 의연할 수 있어야 그릇이 넓은 사람이 되는 줄 알았고, 그릇이 넓은 사람이 되어야 내가 원하는 이상향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래서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파도 그렇지 않은 척했다.

 

하지만 그건 정답이 아니었다. 괜찮지 않으면서 괜찮은 척하는 태도는 내 마음을 옭아맸다. 겉으로는 웃고 있으면서 속으로는 울었다. 먹기 싫은 음식을 꾸역꾸역 삼키는 기분이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릇이 넓어지기는커녕 도리어 좁아졌다. 작은 일에도 신경질이 나고,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에도 화가 았다. 그때부터 나는 내가 짜증났던 일, 화났던 일, 속상했던 일, 우울했던 일 등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켰던 일을 메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용을 쭉 나열한 뒤, 별것 아닌 일과 별일을 구분했다. 다시 말하면, 좀 부정적이어도 되는 일과 굳이 부정적이지 않아도 되는 일을 나눈 것이다.

 

그 과정에서 깨달았다. 나는 괜찮지 않아도 되는 일을 괜찮다 여기며 넘어가고 있었다는 것을. 훌훌 털어 내지 못한 채 마음속에 담아 두고 있다는 것을.

 

그때부터 나는 내 감정에 조금 더 솔직해지기로 했다. 괜찮지 않으면 괜찮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물론 그것을 겉으로 표현하느냐 표현하지 않느냐는 상황에 따라서 다르지만, 나 스스로 이 일은 괜찮지 않아도 되는 일이라고 인정하는 것이다. ‘참 잘했어요’ 도장이 아니라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요’ 도장을 쾅 찍어 주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감정을 받아들이니 오히려 내 마음은 평온해졌다. 안에 있는 것을 제때 배출하니 탈이 나지 않았다.

 

모든 일에 괜찮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마음의 문은 여러 개가 있다. 어떤 문은 작게 노크만 해도 불안에 떠는 반면, 어떤 문은 누가 도끼로 때려 부숴도 웃으며 반겨 주기도 한다. 그러니 모든 일에 괜찮지 않아도 된다. 모든 일에 괜찮을 수가 없다. 그건 불가능하다. 대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이미 일어난 일만큼은 후회를 남기지 않는 것이다. 괜찮지 않았던 일에 대해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랬는지 되돌아보며 반성하고, 똑같이 되풀이 하지 않으면 된다.

 

 

조유미/ 나, 있는 그대로 참 좋다/ 허밍버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