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세상을 말하다] 斬草除根<참초제근>
5월 경신(庚申)일, 정(鄭)나라 장공(莊公)이 진(陳)나라를 침략해 많은 포로를 잡았다. 과거 정 장공이 진나라에 우호 관계를 요청했지만 진 환공(桓公)은 거절했다. 환공의 동생인 오보(五父)가 “어진 사람을 가까이하고, 이웃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親仁善鄰)은 나라의 중요한 일입니다. 임금께선 정나라의 요청을 수락해야 합니다”라고 간언했다. 환공은 “송(宋)과 위(衛)나라가 골칫거리다. 정나라가 무엇을 도와줄 수 있겠나”라며 끝내 거절했다.
군자가 이를 이렇게 평가했다. “선은 놓쳐서는 안 되고 악은 키워서는 안 된다. 이는 진 환공을 두고 한 말일 것이다! 악을 키우고 바로잡지 않으면(長惡不悛·장악부전) 바로 재앙을 자초할 것이다. 비록 구제하려 한들 가능하겠나!”
『상서(商書)』는 “악이 만연하니 들판에 불이 타오르는 듯하다. 불을 향해 가까이 갈 수 없으니 어찌 진화할 수 있겠는가”라 했다.
주(周)나라의 대부 주임(周任)이 일찍이 말했다. “위정자가 악을 보면 마치 농부가 잡초를 제거할 때 힘을 쓰듯 풀을 베고 쌓아 썩히고, 잡초의 뿌리까지 제거해 더는 번식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絕其本根 勿使能殖). 그러면 선이 신장될 것이다.”
이상은 『춘추좌전(春秋左傳)』 ‘은공(隱公) 6년(BC 707년)’의 기록이다. 잡초를 없애려면 뿌리까지 뽑아야 한다는 성어 참초제근(斬草除根)의 출처다.
같은 시기 정나라의 공자려(公子呂)는 장공에게 “잡초를 벨 때 뿌리를 남기면(斬草留根·참초유근) 봄이 되면 다시 자라난다(逢春再發)”고 조언했다. 명(明)나라 풍몽룡(馮夢龍)이 지은 『동주열국지』에 나온다.
‘참초제근’과 ‘참초유근’ 두 성어가 북한 핵 문제를 연구하는 해외 학계에서 회자(膾炙)된다는 소식이다. 북핵 해법을 둘러싼 북·미 간 동상이몽(同床異夢)을 꼬집은 표현이다. 한·미의 북핵 전략이 핵무기를 모두 제거하는 ‘참초제근’이라면 북한의 일관된 협상 전략은 이미 개발한 핵무기를 지키는 ‘참초유근’ 전략임을 드러낸 설명이다.
참초제근을 노렸던 하노이 2차 북·미 회담은 결렬됐다. 6·30 판문점 회동 한 달이 훌쩍 지나도록 실무회담 소식은 없다. 그 사이 북·중·러가 첨단 순항미사일과 전략 전폭기 편대로 한국의 정곡(正鵠)을 찔렀다. 내년 총선과 미국 대선이 제초제(除草劑) 역할을 했던 유엔 제재까지 흔들까 우려된다.
출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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