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건강

[마음건강자료실]상처를 치유하는 적절한 거리

딸기라때 2020. 4. 25. 22:48

상처를 치유하는 적절한 거리

 



주변 사람이 던지는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크게 상처받을 때가 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툭 던지는 말에 날카롭게 베이는 거죠. 이렇게 사소한 말들이 가슴에 박히고, 또 여러 번 반복되다 보면 상처가 쌓입니다. 이와 반대로 우리가 의도하지 않게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일도 있을 겁니다. 그런 상처들 속에서 우리는 방황하고 좌절하며, 때로 괴로워하거나 분노하기도 하지요. 설령 의도한 것이 아니더라도 상처를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 인생입니다. <중략>



 

 

사람들은 말한다, 사람사이에 느껴지는 거리가 싫다고. 하지만 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적당한 간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오로지 혼자 가꾸어야 할 자기 세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떨어져 있어서 빈 채로 있는 그 여백으로 인해 서로 애틋하게 그리워할 수 있게 된다. 구속하듯 구속하지 않는 것, 그것을 위해 서로 그리울 정도의 간격을 유지하는 일은 정말 사랑하는 사이일수록 필요하다. 너무 가까이 다가가서 상처주지 않는, 그러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느끼고 바라볼 수 있는 그 정도의 간격을 유지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나는 나무들이 올곧게 잘 자라는데 필요한 이 간격을 ‘그리움의 간격’이라고 부른다. 서로의 체온을 느끼고 바라볼 수는 있지만 절대 간섭하거나 구속할 수 없는 거리, 그래서 서로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거리.

 

 

우종영 작가의 에세이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 의 한 구절입니다. 사람에게 상처를 받거나 상처를 주게 될 때, 저는 이 문장을 되새기며 관계의 적절한 거리에 대해 고민합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와 거리를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개체공간(Person Space)’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습니다. 모든 개체는 자신의 주변에 일정한 공간을 필요로 하고, 다른 개체가 그 안에 들어오면 긴장과 위협을 느낀다고 합니다. 가족과는 20센티미터, 친구와는 46센티미터, 회사 동료와는 1.2미터 정도의 거리가 있을 때 안정감을 느낀다는 것이죠. 이는 단지 물리적 거리만 말하는 게 아니라, 정신적 거리도 포함합니다. 아무리 친한 관계라 하더라도 적절한 거리는 필요하죠. 가까운 사이라고 함부로 그 거리를 침범하면 안 됩니다.

 

우리에겐 저마다 자기만의 세계가 있습니다. 정말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어도, 가끔은 오로지 혼자 힘으로 자기만의 세계를 돌볼 필요가 있죠. 나무나 꽃이 올곧게 자라는 데에도 적절한 간격이 필요한 것처럼, 우리에게도 그리움의 간격이 필요합니다. 그 적당한 거리를 존중함으로써 사랑하는 사람을 아끼며 더욱 애틋해할 수도 있고 우리 역시 좋은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중략>

 

 

우리는 때로 스스로 상처를 입기도 합니다. 자기를 평가하는 기준을 너무 높게 세울 때가 그렇지요. 실제로는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도 스스로 평가절하하거나, 자존감이 떨어진 나머지 상대에게 자신을 한없이 낮추는 것이지요. 내가 나를 충분히 사랑해줘도 모자란데, 그러지 못하고 질책만 한다면 얼마나 큰 상처가 될까요. 

 



스스로를 향해 너는 이렇다. 저렇다. 판단의 잣대를 들이대지 마세요. 그럴 때마다 당신이 얻는 것은 상처뿐입니다.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마법의 순간』의 한 문장입니다. 이처럼 판단의 잣대를 엄하게 들이대서, 자신을 해치고 상처주지 않도록 주의해야합니다.

 

이처럼 엄격한 판단의 잣대를 들이대는 일은 자신 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늘 조심해야 합니다. 특히 가족, 친구, 연인 등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주의해야 하죠. 가깝다고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잣대를 들이댄다면 자칫 소중한 사람에게 큰 상처를 줄 수도 있습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상처를 주는 관계가 아니라 힘이 되어주고 사랑하고 위로해줄 수 있는 관계입니다. 그렇게 서로를 위로할 수 있다면, 우리는 홀로 아파하고 괴로워하는 대신 더욱 단단한 관계들로 상처를 치유하고 삶을 보다 아름답게 꾸려나갈 수 있겠지요.

 

 

전승환 /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 다산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