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은 무너진 마음의 균형을 회복하라는 신호다
우울에서 벗어나는 길은 언제나 내 안에 있다
'내 힘으론 어쩔 수 없어', '나는 쓸모 없는 인간이야', '나는 행복할 가치가 없어'... 내가 나를 바라보는 차갑고 부정적인 시선, 바로 이것이 우울의 배경이란다. 그러고 보면 쉽게 우울에서 벗어날 수도 있을 것만 같다.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의 각도만 바꾸면 감정이 바뀔 테니까.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구나. 오랜 시간 굳어진 세계관과 사고방식을 바꾸는 게 어디 단박에 이루어지겠니.
그래서 우울이 지속된다 싶으면 지체 말고 도움을 청해야 한다. 흔히들 우울을 마음의 감기라고 하지만, 죽음에 이를 수 있는 무서운 독감일 수도 있다. 게다가 요즘 의학계에서는 심한 우울증을 뇌의 생화학적 균형이 무너진 병으로 파악해 효과적인 치료제들을 개발했다. 그러니 우울증에 아파하는 이들이 곁에 있다면 병원에 찾아가길 꺼리지 말라고 말해 주렴.
그리고 만약 병이라고 할 정도의 우울이 아니라면, 우울을 너무 겁내지 말라 얘기해 주고 싶다. 우울은 지금 내가 힘들다고 외치는 마음의 소리다. 내가 나를 너무 차갑게 바라봐서, 나 자신을 너무 엄격하게 대해서, 지금 내가 아프다고 알리는 외침이다.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호기심을 잃고 매사에 경직되듯이, 내 안의 감시자 역할이 너무 커져서 세상을 살아가는 생동감과 기쁨이 사라지고 있다는 경고 신호다. 그러니 잠시 삶의 속도를 줄이고 나와 내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게 좋다.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 가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는 뜻이다. 성취를 이룬 나, 도덕적이고 고매한 가치를 추구하는 나도 소중하지만, 자유롭고 생생히 살아있으며 그저 나답게 살아가는 나 역시도 중요하다. 그 둘 사이의 균형을 다시 찾을 때 우울은 자연스럽게 멀어질 것이다.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한성희/ 메이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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