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은 해주되, 나는 지키는 법
공감이 지나쳐 결국 무기력한 상태에까지 이르는 불상사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의 몇 가지 주문을 반드시 유념하기 바란다.
○ 상대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기
병원에서 아픈 사람을 간호할 때, 직장에서 동료나 고객을 위해 무언가를 할 때면 상대의 고통스러운 사정이 이해되면서 내 마음까지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친구가 자신의 딱한 처지에 대해 털어 놓는 말을 듣다 보면 내 몸까지 아파올 수도 있다.
그럴 때마다 상대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당신이 그 사람의 문제를 모두 다 해결해 줄 수 있는가? 대신 아파줄 수 있는가? 어쩌면 상대의 문제는 당신이 할 수 있는 것 그 이상의 '어쩔 수 없는 일'이거나, 온전히 상대만이 해결할 수 있는 '그 사람의 몫'일 수 있다. 이 점을 한번 차분히 생각해 봤으면 한다. 그리고 겸허히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자.
○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의 감정을 적절히 분리하기
우리는 일할 때 몸을 쓰기도 하고 머리를 쓰기도 한다. 어느 쪽이 됐든 감정을 투자하는 경우도 잦다. 그렇다 보니 자연히 엄청난 에너지를 쓰게 된다. 일을 마치고 나면 너도나도 녹초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을 마친 다음, 우리는 운동을 하든 눕든 누굴 만나든 각자의 방식으로 휴식을 취한다. 그래야 에너지를 충전해 다음 날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으니까. 이때 몸만 쉬는 것이 아니라 감정도 함께 쉬게 해주어야 한다.
(생략)
○ 마음 상태를 전환하는 나만의 방법 마련하기
자, 그러면 어떤 방식으로 내 마음을 쉬게 할까? 나는 조용히 음악을 듣거나 이른바 '멍 때리기'를 하며 아무 생각 없이 마음 비우는 시간을 가진다. 그러고 나면 머릿속이 좀 정리가 되면서 내 컨디션을 회복하게 된다.
아마, 나처럼 다들 자기만의 방법이 있을 것이다. 잠이 많은 이들은 잠시 눈을 붙이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말로 풀어야 하는 사람은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와 수다를 떨기도 한다. 특별한 방법이 없는 분이라면, 이번 기회에 마음을 풀기 위한 방법을 고안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나는 집이나 직장 주변을 아무 생각하지 말고 무작정 걷는 것을 추천한다. 여러 연구를 종합해 보면 걷는 활동은 뇌의 운동 영역뿐 아니라, 전두엽 피질과 피질 아래 조직도 자극해 전반적인 인지 기능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 상담가나 멘토를 만나 털어놓기
공감이 깊어질수록 마음이 자꾸 가라앉고, 그 사람에 대한 걱정과 죄책감, 무언가 할 일을 충분히 못 해주고 있다는 부적절감에 시달릴 수 있다. 스스로 그런 상태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면, 적당한 대상을 찾아 상담해 보는 것도 좋다.
우선,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일터의 동료나 학교에 같이 다니는 친구 중에 나를 지지해 주는 믿을 만한 사람을 찾아 그와 대화해 보는 것을 권한다. 이럴 때 그들은 어떻게 하는지 들어보는 것이 될 테니, 가급적 같은 일을 하거나 같은 학교에 다니는 사람 중에 그런 대상이 있다면 좋을 것이다. 회사원이라면 요즘에는 멘토 시스템이 잘되어 있는 회사도 많으므로, 한번 그런 도움 받을 수 있을지 알아보는 것도 좋겠다.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곳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그렇게 친하지 않은 사람의 장례식장에 갔을 때 자꾸 눈물이 난다면, 이는 돌아가신 분과 그 분 가족이 불쌍해서일 수도 있지만 내 내면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내 문제 때문일 수도 있다고 보아야 한다. 공감 피로가 최근 들어 유독 심해졌다면, 이와 같은 맥락의 상황일 수 있다. 그러니, 이럴 땐 전문가를 찾아 내가 왜 자꾸 힘든 것인지 확인하고 마음을 환기하며 기력을 회복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무기력이 무기력해지도록/ 한창수 지음/ R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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