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들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지치고 힘든 이들의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정신과 의사들. 많은 이들이 그들을 찾아가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해결법을 묻는다. 스트레스 관리에 관한 한 도가 튼 사람처럼 보이는 그들은 정작 자신의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할까?
그들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참고하면, 우리 스스로의 리듬과 방식에 적합한 스트레스 해소법을 발견하고 마음을 좀더 쉽게 다스리게 될 지도 모른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소속 정신과 의사들을 대상으로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물었다.
생필품 사기, 정리하기 등 평범한 방법들 활용하기
(박은진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특별한 비방이 있지는 않다. 일반적이지만 보통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다양하게 알고 있고, 평소 스트레스의 종류나 상황에 맞게 자주 실천하는 편이다.
우선 머리가 복잡하면, 일단 책상이나 옷장 정리하기, 빨래 돌리기 등의 활동으로 주변을 정리한다. 그 활동을 하면서 행동에 몰두하다 보면 주변도 깨끗해지니 기분도 나아진다. 주기적으로 버리고 정리하고 간소하게 지내기 위한 과정을 하면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작지만 소중한 것들을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 이를테면, 늘 사용하는 비누, 샴푸, 세제, 휴지 등 생필품들을 다른 종류로 사 보는 것이다. 내가 늘 사용하고, 많은 시간을 보내는 생필품들을 고르면서 뭐가 나에게 맞을까 등을 고심하다 보면, 나에 대해 한번쯤 더 생각해 보게 되고, 나 자신이 소중하다는 생각도 든다.
바로 해결되지 않고 마음을 다스려야 되는 일이면 전에 못 봤던 드라마를 연달아 보거나, 고민되는 내용을 친구에게 이야기하고 공감 받는다. 고민이 심할 땐 같은 내용을 여러 친구에게 이야기하면서 위로와 지지를 받는다. 간혹 따끔한 충고가 필요할 땐 동료 의사와의 대화를 통해 마음을 다스리기도 한다. 남에게 말 못할 답답한 고민이거나 고민에 너무 빠져있게 될 때는 지금 상황을 말로 녹음해 보거나 글로 적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게 됨으로써 혼란스러웠던 것들이 정리가 되고, 이와 같은 정리를 통해 괴로운 마음이 조금씩 나아진다.
퇴근 후 애완견과 30분 산책하기
(노만희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회장, 노만희 정신과의원 원장)
성격상 어떤 것에 오랫동안 푹 빠져 있거나 하지는 못한다. 그러다 보니 순간순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편이다. 영화를 보고 싶으면 보고, 술을 마시고 싶으면 마시는 식이다. 종일 열심히 일해서 쉬고 싶다면, 퇴근 후에는 단 30분, 1시간이라도 나를 위한 시간을 즐긴다.
나는 요즘 퇴근 후 매일같이 우리 집 개랑 산책을 한다. 산책을 하는 동안 하루 일과를 정리하고, 내일 할 일도 구상하곤 한다. 개와 함께 걸으니 산책길이 심심하지도 않고 애정을 나눌 수 있으니 감정적으로도 충만해진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산책을 빼먹지 않는 편이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뭔가 특별한 방법을 찾으려 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건 되려 심신을 지치게 할 수 있다. 지치게 되면 다음날 일과가 더 피곤해지면서 스트레스를 받기 쉽다. 일상에서 소소하더라도 자신이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 것을 하길 권한다.
정신분석을 통해 ‘지피지기’를 실천한다
(정찬승 마음드림의원 원장)
진정한 치유는 철저히 개인적인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한 나만의 방법은 ‘정신분석’이다. 벌써 10년째 정신분석가에게 정신분석을 받으며, ‘나’라는 인간 내면의 무의식을 탐구하고 있다.
정신분석을 하고, 무의식을 탐구하다 보면 새로운 힘이 생기고, 의식의 한계가 넓어진다. 우리가 가진 무의식은 의식의 좁은 시야를 넘어서서 의미의 전체를 볼 수 있도록 해주고, 지금 당면한 고민의 너머에 있는 미래를 보게 해준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이유는 자신이 가진 좁은 의식의 한계 때문인데, 내면의 무의식을 탐구하면 복잡한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내면의 갈등을 알게 된다.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나를 둘러싼 이웃의 생각과 행동, 그 밑에 깔려 있는 내면의 심리를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 과정 속에서 내면의 갈등이 풀리고, 성장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정신분석이 대단히 난해하고 심오하며 어려운 작업이라고 오해하고 있다. 그러나 서점에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쉽게 풀이되어 있는 정신분석학 책이 많다. 그러니 진정한 치유를 원한다면, 지금 바로 서점으로 달려가서 내게 맞는 정신분석학 책을 한 권 사서 보라.
좋아하는 분야의 다큐멘터리를 시청한다
(박한선 성안드레아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내 전공 분야에서 논문작업이나 연구를 하다 보면 지칠 때가 있다. 이럴 때 전공과는 다른 흥미 있는 분야(이를 테면 지질학, 공룡 소재 등)의 다큐멘터리를 시청하거나 저널을 읽으면 스트레스가 풀린다. 공부하는 것을 즐기는 성격 때문이다. 다큐멘터리나 저널을 통해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전문적인 내용을 심도 있게 다룬 연구과정을 지켜보면 몰입이 잘 되고, 환기가 된다.
이처럼, 평소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가 무엇인지 찾고, 거기에 몰입하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된다. 단, 몰입의 대상은 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어야 하고,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자기과시용’ 이어서도 안 된다. 즐기는 데 과시요소가 들어가면 그 또한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이다. 몰입의 목적은 순수하게 즐기는 것 자체에 있어야 한다. 단, 어떤 것에 몰입하느냐는 자신의 취향뿐 아니라 경제적 상태, 시간적 여유 등을 고려해서 찾는 것이 좋다.
동적인 운동과 정적인 운동을 균형 있게 시도한다
(나철 대한신경정신과학회 회장,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나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운동요법을 주로 사용한다. 이 때, 동적인 운동(예를 들면 수영, 골프, 테니스, 자전거 등)과 정적인 운동(예를 들면 명상, 요가, 호흡법 등)을 균형있게 하는 것이 좋다. 신체의 긴장과 이완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관심 서적을 보거나 일기나 편지 등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비교적 가벼운 저술활동도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물론 가족들과 드라이브를 하고 영화를 보는 등의 문화활동과 자연의 경치를 보며 신선한 음식을 먹는 것 또한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힐링 아이템이다. 이처럼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자기만의 간단한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스트레스의 종류를 나눠서 대처한다
(최삼욱 강남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스트레스를 잘만 구별하면,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일단 자신의 지혜를 총동원해서 나를 괴롭히고 있는 스트레스가 ‘해결할 수 있는 스트레스’인지 ‘해결할 수 없는 스트레스’인지 구별하는 것이 먼저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스트레스는 모든 방법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해결하면 된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받아들이고, 수용하고,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그런 스트레스를 구별하고, 견뎌나가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방법이 동원될 수 있다. 나의 경우 마음의 평온이 필요하면 라인홀드 니버의 ‘평온을 위한 기도문’을 읊조린다. “죄로 물든 세상을 내 원 대로가 아니라 예수님처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하옵시며 당신의 뜻에 순종할 때 당신께서 모든 것을 바로 세울 것을 믿게 하셔서…” 등의 구절은 읽을 때마다 에너지를 준다.
다른 쪽으로 관심을 돌리기 위해서 음악이나 영화에 몰입하기도 한다. 너무 예민해져 있을 때는 자극이 별로 없는 산책이나 명상을 하거나 그냥 머리를 멍하니 쉬게 한다.
출처: 정신이 건강해야 삶이 행복합니다. 저자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제공처 HID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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