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는 자기존중감을 지키라는 메시지입니다.
자기존중감은 자기 존재 가치에 대한 ‘사회계기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계기판은 사회에 내가 소속될 것인가, 배제될 것인가에 대한 이상 신호를 민감하게 감지합니다. 자기존중감에 상처를 입으면 우리는 일차적으로 슬퍼지고 불안해집니다. 하지만 그때 우리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지만 중요하게 나타나는 다른 감정이 바로 화입니다.
자기존중감은 인간의 행동 연구에서 가장 많이 연구된 주제입니다. 사람들이 자기존중감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그것이 심리적으로 자신을 뒤돌아볼 수 있게 하는 기준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심리학자인 마크 리리 박사와 동료들이 제시한 ‘사회계기판이론sociometer theory’에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즉 자기존중감은 자신이 사회에서 어떤 위치에 어떻게 소속되어 있는지를 알려 주는 소속감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래서 자기존중감은 슬픔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그래서 자기존중감은 슬픔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화의 감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내가 존중받지 못할 때 자기존중감에 상처를 입으면서 슬픔과 같은 감정이 일어나지만 동시에 화도 나는 거죠.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다면, 우리가 자기존중감에 상처를 입을 때 자기 검열에 도움이 되는 슬픔이나 우울함에는 관심을 갖지만 화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갖는다는 것, 그리고 화가 나는 감정을 오히려 억제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자기존중감을 회복하려면 슬픈 감정을 통해 자신을 검열함으로써 자신을 성장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 환경에 나의 가치를 주장하도록 하거나 불합리한 환경을 바꾸는 화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기존중감에 상처를 입었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바로 그때 지금 어떤 이상 신호가 나에게 오고 있는 건지 한 걸음 떨어져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사회에 나가서 직장생활을 할 때나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고 살 때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자기존중감은 내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가진 대상인지 ‘나의 존재 가치’의 정도를 모니터링하는 지표입니다. 그러니까 자기존중감에 상처를 입었다는 것은 일차적으로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가치 있는 사람이 아닌가 봐.’라는 자기 검열이 시작됐다는 겁니다. 이럴 때는 시간을 갖고 조용히 생각해 봅시다. ‘내게 진짜 부족한 부분이 있나?’하고 자신을 더 가까이 마주해 보는 겁니다.
그런데 때로는 내가 부족하지 않은데도 부당한 환경(이를테면 왕따나 차별을 당하는 환경) 탓에 부족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자기존중감에 상처를 주면서 화를 돋우는 환경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우선 고압적이고 잘난 체하는 사람이 직장 상사인 경우에 화가 납니다. 부당한 것 같고, 내 것은 위축되어 보이고, 굴욕감이 들기 때문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나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 융통성 없이 상대의 의견은 무조건 무시하고 자신의 의견만 우기는 경우도 화가 납니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람도 우리의 화를 돋우죠. 예를 들어 주차를 하려고 하는데 어떤 사람이 가뜩이나 비좁은 주차장에 두 자리에 걸쳐 차를 세운 걸 보게 됐습니다. 그럴 때 보장받지 못한 내 권리가 무시되었기 때문에 화가 많이 날 겁니다. 그리고 잘못이 확연히 드러났음에도 끝까지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도 우리를 화나게 하죠. 이런 상황에서 느껴지는 화는 정당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럴 때 화가 나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울감에 휩싸이지는 않나요? 자기존중감이 곤두박질치더니 ‘도대체 내 문제가 뭐야?’ ‘나는 왜 이렇게 화가 나는 거야?’ ‘혹시 내가 우스운 존재인가?’ ‘화를 내는 내가 잘못된 것인가?’ 하는 자기 검열에 빠지지는 않나요? 이럴 때에는 화의 감정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화가 어떤 메시지를 주는지 알고 화를 다루는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런 환경 조건 때문에 화가 난 자신의 마음을 가장 가까운 엄마나 친구한테도 터놓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나의 힘든 감정을 얘기하면 엄마도 친구도 힘들어 할 테고, 결국 무의식중에 모두 나를 비난하거나 나를 떠나면 어쩌나, 하면서 걱정이 됩니다. ‘아, 나는 너무 요구하는 게 많은 것 같아.’하면서 자신의 감정은 돌보지 않죠. 이때 권리라는 것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고, 그걸 원하지도 않는다고 스스로 얘기하기도 합니다. 권리를 되찾기보다는 권리를 포기하는 방식으로 대처하는 거죠. 그런 소극적인 행동 방식이 막연히 사람들을 내 곁에 있게 해 줄 거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내가 포기한 권리는 그 누구도 쉽게 챙겨줄 수 없습니다. 그래서 계속 화가 나면서 권리가 없는 자기 자신이 초라해지고 우울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생깁니다.
‘나는 내 권리와 자기존중감을 지킬 만한 가치가 있다.’ 이것이 화의 기본 가정입니다. 그것은 당연히 주어진 것이고 자랑스러운 것이기도 합니다. 칼 로저스라는 심리학자는 인간에게는 선한 성장에 대한 욕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이유에선지 성장에 대한 욕구가 가려지거나 막힌 사람이 심리치료 클리닉에 올 경우, 심리치료자는 그 성장을 막고 있는 방해물을 찾아 제거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성장의 욕구를 발견하고 키우도록 도우면 사람들의 문제가 해결된다고 본 겁니다. 이처럼 화는 상처 입은 자기존중감을 회복시켜 자기 성장의 욕구를 인식하고 충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출처 : 아파도 아프다 하지 못하면, 최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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