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도 울어야 건강해진다.
사내 자식이 그렇게 눈물이 많아서 어떡해?
남자가 뭘 그것 가지고 우냐?
이런 이야기 듣지 않고 어린 시절을 보낸 한국남자가 있을까? 한국남자들은 어린 시절부터 "남자는 평생 세 번만 울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귀가 따갑게 듣고 자랐다. 그 세 번이란 태어났을 때,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나라가 망했을 때라고 한다. 그런데 태어났을 때야 선택의 여지가 없고, 나라가 망한 것을 경험하기는 쉽지 않으니 결국 남자의 눈물이 정당성을 확보하는 순간은 부모님이 돌어가셨을 때밖에 없다. 그 이외의 모든 눈물은 남자를 남자답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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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남자들이 느끼지 않으려고 하는 감정은 비단 슬픔만이 아니다. 다른 감정도 마찬가지다. 감정이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슬픔은 드러내지 않고 기쁨만 드러내기는 힘들다. 눈물을 잘 보이지 않는 사람은 잘 웃지도 않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이 현상이 한국남자들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나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은 슬프지 않다고, 감정이 없다고 하지만 이는 사실 불가능하다. 감정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 많은 과학자들은 감정이란 생각처럼 학습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타고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생각은 문화권마다 교육과 경험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감정은 그렇지 않다. 보편적이어서 시간과 공간, 문화를 초월한다.
결국 남자들은 감정을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니라 표현하지 않는 것뿐이며, 슬픔이라는 감정뿐만 아니라 사랑이나 기쁨, 환희라는 감정까지도 표현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남자다운 모습'이라고 배웠으며, 그렇게 살아왔다. 그리고 아빠가 되면 아들에게도 이 생각을 직간접적으로 주입한다.
딸이 넘어져서 울면 안아주고 위로해줘도 아들이 넘어져서 울면 야단치고 다그치는 아빠가 얼마나 많은가? 아들이 남자답게 크기를 원하는 부모는 아들의 눈물을 허용하지 않으며, 엄하게 대한다. 딸에게는 자주 안아주고 뽀뽀하면서 사랑을 표현하지만 아들에게는 어색해한다. 혹은 이렇게 키우면 '계집애'처럼 나약해지지 않을까 걱정한다. 이런 생각을 하는 아빠는 권위를 가지고 아들을 엄하게 대해야 아들이 남자답게 성장해 생존 경쟁이 치열한 밀림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강한 남자가 된다고 생각한다. 정말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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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들은 아빠와 아들의 관계에서 질적인 측면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아빠가 아들과 따뜻하고 온화한 관계를 맺을수록, 아들이 보다 남성적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대해 미국 국립정신보건원 산하의 아동 건강 및 인간발달연구소를 맡고 있는 램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들은 아버지와 따뜻한 관계를 맺을 때, 그들의 문화가 가지는 표준적인 성역할에 순응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것은 그들의 아버지가 얼마나 '남성적'이냐와 무관했습니다. 따뜻함과 친밀감을 여성의 특징으로 여기는 사람들의 생각과 비교할 때 이 사실은 놀랍습니다. 이와 비슷한 결과가 심리사회적 적응의 다른 측면과 성취감을 조사한 연구에서도 드러났습니다. 아버지의 따뜻함과 친밀감은 효과적이었던 반면 아버지의 남성성은 무관했습니다.
아빠들이여 아들을 남자로 키우고 싶은가? 그렇다면 아들에게도 딸에게 하듯 적극적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따뜻하게 대하라. 물론 규율을 가르치고 독립성을 심어줄 필요가 있지만, 필요 이상으로 아들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 아빠에게 사랑을 많이 받았다고 회상할 정도로 아들에게 충분한 사랑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출처: 아이를 행복하게 만드는 아빠양육/ 강현식 지음/ 소울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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