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감정에 이름 짓기
감정은 몸에서 일어나 느껴지는 기분이다.
내면에 ‘감정 포스트잇’을 붙이면 자각과 조절이 쉬워진다.
그러면 먼저 감정을 보자. ‘감정’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대체 감정이란 무엇일까? 학자마다 조금씩 다르게 말하지만, ‘감정’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현상이나 일에 대해 일어나는 마음이나 느끼는 기분’이다. 대니얼 시겔은 ‘감정의 치유력’에서 다양한 입장의 치료자들이 감정에 대해 정의한다. 그는 감정을 ‘우리 안에서 지닌 느낌’ ‘우리 몸이 마음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 ‘무언가 행동하도록 움직임을 유발하는 동기’라고 정리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감정이 몸에 머물러 소통되지 않을 때 이를 주로 ‘한’이나 ‘응어리’라고 지칭한다.
한과 응어리를 녹이거나 쪼개서 특정 감정으로 이름을 붙이는 것은 효과가 있다. 무엇이라고 형언할 수 없는, 무언가를 느끼고 말로 내뱉는 순간에 감정이 발산된다.
감정에 이름표를 붙이되 언제든 떼어낼 수 있는 메모지라고 연상해보면 어떨까? ‘기쁜’ ‘슬픈’ ‘흡족한’ ‘불쾌한’과 같은 형용사가 쓰인 포스트잇 말이다. 감정의 색채와 강도에 따라 포스트잇의 색깔과 크기가 다르게 정해진다. 아마 하루에 수십 장의 포스트잇이 붙여졌다가 사라질 것이다.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면 일어나는 일들
우리는 간혹 감정의 불길에 휩싸일 때가 있다. 정황상 10점 만점에 2, 3점만 되어도 될 것 같은 ‘화’가 8, 9점으로 치솟는다. 평소보다 과도하게 반응하면 상대방이 놀라거나 낯설어한다. 자극보다 더 센 감정이 물밀 듯 밀려오면, 그 파도는 나를 삼키려는 게 아니라 자기를 봐달라는 신호다. 정확한 이유를 의식적으로 모르더라도 무의식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안전을 위협 받았거나 상처받았던 경험 때문에 그렇다.
감정이 격해진 이유를 모를 때는 ‘울 상황이 아닌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오지?’ ‘내가 원래 이렇게 무례하지 않았는데 무슨 일이지?’ 하고 자기에게 묻는다. 감정이 과하게 표출되면 자기 비난이나 자책을 한다. 자신을 채찍질하며 더한 상처를 내기보다는 감정을 알아주는 게 먼저다. ‘나는 아까 어떤 감정이었을까?’ ‘내가 그게 얼마나 아팠으면 그렇게 울었을까?’ ‘내가 그 상황 때문에 화가 났으니 그렇게 반응했던 거야’라고 다독인다.
감정을 다룰 때 한계도 있다. 감정에 관한 단어는 입에서 내뱉는 순간, 내가 느낀 것과 똑같을 수는 없다. 언어에는 한계가 있고 사람마다 감정의 강도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같은 감정 형용사라고 해도 사람마다 달리 느낀다. 이런 제한에도 불구하고 감정을 글이나 말로 표현하면 자각과 조절에 도움이 된다.
질문을 통한 자기 치유
질문 1. 최근에 강한 감정을 느꼈을 때는 언제였고, 어떤 상황이었는지 써보세요.
질문 2. 우리는 누군가의 말, 행동, 태도에 영향을 받습니다. 감정이 자극되었던 건 어떤 것 때문인가요?
질문 3. 어떤 감정이 느껴졌나요? 하나일 수도 있고 여러 감정일 수도 있습니다. 가능한 많이 써보세요.
질문 4. 만약 내가 타인이라면, 내 감정에 공감하기 위해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할까요?
질문 5. 듣고 싶은 말을 자신에게 하는 것은 어떨지, 여기에 써보세요. 그리고 원하는 행동이 있다면 자신에게 해주세요.
감정에 휘둘리는 당신을 위한 심리수업 / 김세정 / 메이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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