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 무지한 사람이 화를 잘 낸다
무지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모르는 사람입니다. 우리 마음속에는 수시로 불편한 감정이 생깁니다. 내 감정을 잘 다루지 못하면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내 감정은 무엇이며, 이 감정이 왜 생겨났으며,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나를 위해서 어떻게 다루고 표현하면 좋을지 알아가는 과정이 나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불편한 감정을 잘 다룰 줄 아는 사람은 내 감정의 주인으로 살 수 있습니다. 이것이 나 자신에 대한, 내 마음에 대한 지식을 쌓아가는 것입니다. 심리학을 공부하고, 내 삶에 적용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내 감정과 욕구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무지한 사람이 타인에게 상처를 줍니다. 타인에게 걸핏하면 분노를 표출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배설하는 것이지요.
저는 이런 상태를 ‘감정 난독증’이라고 부릅니다. 불편한 감정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자기 마음이 진정될지 잘 해독하지 못하는 거죠. 화를 잘 내는 사람들은 상대방이 먼저 그런 상황을 만들었다고 항변합니다. 하지만 감정의 주체는 자신입니다. 타인이 자극을 줬다 하더라도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는 본인이 선택하는 문제이니까요. 동물적 자동 반응을 한다는 걸 본인만 모르는 겁니다.
화를 못 참는 사람들의 특징을 살펴봅시다.
1. 강해져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화로 자기감정을 덮어버린다.
2. 불안하고, 우울해지면 화로 표현한다.
3. 미성숙한 방어기제가 폭발하면서 습관이 되었다.
4. 양육자의 감정 처리 방식을 학습했다.
5. 분노로 타인을 지배하려 한다.
6. 자존감이 낮아서 상대가 자기를 무시한다고 판단한다.
이 중 타인을 지배하기 위해 화를 내는 사람이 가장 비겁합니다. 자신보다 힘이 강한 사람 앞에서는 찍소리 못하고 참으면서 심한 무력감을 느낍니다. 이 감정을 자기보다 힘이 약하거나 마음이 여려서 받아주는 사람만 골라서 폭발시키는 겁니다. 버럭 화를 내면서 ‘나는 무력하지 않다’라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상대를 지배하려는 거지요.
양육자가 이런 식으로 화를 표출하면서 자녀를 키운 경우, 자녀에게 끼치는 영향은 매우 큽니다. 만일 아버지가 이런 유형이었다면 이들은 아버지의 감정 처리 방식을 습득할 확률이 높고, 딸은 남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됩니다.
상사가 자신의 아버지와 같은 감정 처리 방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적대적인 감정을 갖거나, 별것 아닌 상황에서도 미리 불안에 떨게 됩니다. 어머니가 화를 많이 낸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양육자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서 정서 학대를 겪은 사람이 성인이 되면, 타인의 작은 비판에도 마음을 크게 다치고 예민하게 반응하게 됩니다. 분노 조절에 문제가 생겨서 ‘간헐성 폭발 장애’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자꾸만 화를 내는 사람에게는 한 발짝 물러서서 차분한 말투와 이성적인 태도로 응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무시하는 말투나 행동으로 화를 돋우면 상황만 나빠질 뿐입니다. 객관적 입장을 유지하며 감정적 거리를 두어야 합니다.
박상미/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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