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깨달음
무엇을 싫어하는 마음을 바꾸는 데 가장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그냥'이다. 그냥 싫은 것. 싫어하는 데에 이유가 없지 않겠지만 그냥 그 이유들을 마주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한 번은 어두운 골목길을 지나다 소리없이 나타난 고양이에 화들짝 놀란 적이 있었다. 한껏 예민해진 고양이를 본 후로는 고양이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고양이를 키우는 친구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
고양이는 사람이 만지는 것도 싫어하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해서 다정함이라곤 찾기 어려운 동물이 아닌가. 그런 존재에게 어떻게 넘치는 관심을 쏟고 애정을 줄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고양이와 함께 살게 되면서 내 생각들이 모두 편견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고양이를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기는 했지만 고양이도 강아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내가 이름을 부르면 야옹 하고 대답하고, 나가고 들어올 때 현관 앞에 마중을 나오기도 하며, 늘 약간의 거리를 두지만 언제나 내 곁을 맴도는 모습에 다정함을 느꼈다.
자기만의 루틴이 정확해서 항상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활동하는 모습과 무엇을 얻고자 할 때 망설임 없이 즉시 움직이는 모습에 내가 삶을 대하는 태도까지 돌아보게 했다.
무엇보다 사람들은 얼굴에 물만 대충 묻히는 것을 고양이 세수라고 하지만 실제로 고양이는 틈만 나면 자기를 단정하게 정돈하는데, 대충 씻는 행위를 왜 고양이 세수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존재만으로 위안을 줄 수 잇는 존재가 내 곁에 있다는, 귀한 사실을 알게 됐다.
우리는 멀리서 보고 들은 것만으로 어떤 대상을 단편적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까이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호한 부정적 마음들이 얼마나 많은 진실을 가리고 있는지, 충분히 가까이할 수 있는 작은 행복들과 단절되게 하는지 알 수 없다.
내 작은 경험에서 비롯된 이 사소한 깨달음은 나를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만들었다.
귀여운 고양이 한 마리가 나에게 알려준 것은, 세상 모든 것을 자세히 살펴보라는 지혜였다.
[나로서 충분히 괜찮은 사람/ 김재식/ 북로망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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