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위로
정신과 의사를 찾아오는 이유는 다양하다. 정신과도 의료의 한 분야이니 당연히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같은 질환을 치료 받기 위해서 온다.
그런데 요즘에는 마음의 병이 없어도 상담하고 싶다며 정신과에 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난 상담 주제는 "가족이나 친구를 심리적으로 도와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 방법을 알려 달라"는 것이다. 곁에 있는 이를 현명하게 도와주고 싶어서 자신은 문제가 없는데도 전문의와 상담하고 싶다며 찾아온다. 이런 사례들을 모아서 분류하면 대체로 세 가지로 나뉜다.
첫번째는 구체적인 해결책을 얻어 싶어 하는 경우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동생 부부가 사이가 안좋은데 언니로서 조언을 해주고 싶어요. 차라리 이혼하라고 하는 게 나을지 고민이 되는데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랑하는 가족의 괴로움을 같이 나누는 것을 넘어서 문제를 풀어주어야 한다고 절박함을 느끼는 것이다. 애정이 깊어서 그렇다는 것을 잘 알지만 그래도 섣부른 조언은 독이 될 수 있다. 인생 문제에 딱 부러진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마치 해결책을 알려주는 것처럼 충고하면 문제가 악화될 수 있다.
아무리 옳고 현명한 답이라도 상대가 원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심리적으로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인데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고 조언하면 마음의 부담만 더 키운다. 차리리 "내가 도와주고 싶은데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라고 직접 물어보는 게 낫다. 바라지 않는 충고는 제대로 행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의 말이나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충고를 하고 싶다면 '만약에 질문법'을 활용해라. "만약에 ~을 해본다면 어떻겠느냐?"라는 가정적인 질문으로 조언을 대신하는 것이다.
그 어떤 해답도 존재할 수 없는 고통에 빠진 친구를 제대로 위로해주는 방법을 알고 싶다며 정신과를 찾는 내담자도 있다. "친구 동생이 자살을 했는데 그 친구는 지금 슬픔에 빠져서 식사도 못하고 있어요. 어떻게 위로해주어야 그 친구에게 도움이 될까요?"라고 물어온다. 어설픈 위로로 상처가 덧날까 조심스럽고 상투적인 말로는 진심이 전달되지 않을 것 같아 염려한다. 애도 기간이라면 어떤 도움도 줄 수 없다. 스스로도 할 수 있는게 없다. 이때는 같이 있어주는 것 자체가 위로다. '단지 존재함'으로 위안을 줄 수 있다. 도와주고 싶다는 간절함이면 충분하다. 말보다 보디랭귀지를 잘 활용하면 좋다. 친구가 하는 말을 들어주며 눈 맞추고 고개 끄덕이고 애정 어린 표정을 짓는 것 이 세가지로 공감을 전달할 수 있다.
"남편이 우울해 보인다. 걱정돼서 왜 그러냐고 물으면 대답도 안 하고 짜증을 낸다"며 아내가 답답함을 토로하는 사례도 흔하다. 분명 도움이 필요한 상태인데도 도움을 거부하는 가족이 있을 때 어떻게 관심과 염려를 전달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한다. 이때는 "표정이 어두워 보인다"며 상대의 감정을 같이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정서적 승인이라고 한다. 왜 우울한지 이유를 말해보라고 다그치지 말고 먼저 "당신 마음을 이해하고 싶다"고 말해야 한다. "도움이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 해줘요"라며 상대의 마음에 항상 귀 기울이고 있다는 확신을 보여주면 된다. 승인과 확신을 꾸준히 보여주면 마음의 문이 열린다.
김병수/ 겸손한 공감/ 더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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