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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건강자료실)당신의 우울은 어떤 종류인가요?

딸기라때 2023. 4. 10. 18:44

당신의 우울은 어떤 종류인가요?


  ‘의미 있는 삶’이나 ‘행복한 인생’이라는 프레임은 우리를 정서적으로 피로하게 합니다. “네 삶에는 무슨 의미가 있어?”,“넌 행복해?”같은 질문들은 멀쩡히 잘 지내던 우리를 갑자기 불행하게 만듭니다.

  잘 살고 있었는데 갑자기 삶에 의미가 있어야 할 것만 같고, 나는 행복하지 않은데 왜 노력하고 있지 않은지 초조해지고, 심지어 우리 가족은 아직 불행한데 내가 행복해도 되나 싶은 생각에 죄책감 마저 듭니다.

  연구로도 밝혀졌지만, 우울한 사람의 시간은 느리게 흐르며 심지어 멈춘 것처럼 느껴져서 평생 의미 없는 시간이 이렇게 더디 갈 것이 공포스러워집니다. 이것이 죽음에 대한 생각으로도 이어지고요.

  이럴 때,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는 무엇일까요?

  최근의 치료 트렌드는 ‘우울에 맞서 당당히 싸우겠다!’가 아니라 ‘어, 왔어?’에 가깝습니다.

  우울을 환영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그런 쓸데없는 정신 승리가 어디 있겠어요. 우울은 환영할 만한 존재가 못 되며 가능하다면 겪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그러나 그 우울에게, ‘내가 너를 인지하고 있음’을 알려줘야 합니다.

  일이나 사랑의 실패라든지, 내 의지와 상관없이 타고난 기질적 특성 때문에 우울은 찾아옵니다. 그럴 때 ‘어, 왔어?’하는 수용과 승인은, 나를 우울의 피해자가 아닌 우울을 맞아들이는 주체적인 집주인 모드로 준비시킵니다.

  네, 당신에게도 우울이 찾아온 것입니다.

  우울을 맞아들이면서 당신은 다음 두 가지를 함께 궁리해야 합니다.

* 우울의 원인을 탐색하기

* 나의 기분을 좋게 할 것을 찾기

(중략)


  어느 날 문득 내 삶의 의미가 작아 보이고 우울과 불안과 걱정이 산더미처럼 밀려와 마음을 뒤흔든다면, ‘어, 왔어? 알았어, 일단 나 혼자서는 널 맞이하긴 좀 그렇고, 기다려봐’하며 먼저 담담히 내 문제를 마주하고, 필요에 따라선 어디선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동료를 찾아 나서야 합니다.

  지지하는 자조 모임도 시도해볼 만합니다. 필요하다면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항우울제, 항불안제, 기분 조절제도 함께 복용하기를 진심으로 권유합니다.

  단, 서점에서 그럴듯한 이름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자기계발서들은 우울이 발생한 후에는 아무런 쓸모가 없습니다. 연구 결과로도 밝혀졌듯이, 우울한 사람들이 자기계발서나 셀프 심리치료 핸드북을 읽으면 증상이 더욱 악화됩니다.

‘저 사람은 나보다 더 나쁜 상황이었는데, 나는 왜 이게 안되지?’하는 자기 패배적인 생각에 빠지거나, ‘나는 꼭 이러저러하게 되어야지!’하는 의미 없는 공상에 너무 많은 인지적, 정서적 에너지를 투입하면서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고 성취를 해야 할 상황에서는 이미 지쳐버리기 때문입니다.

  우울을 낮추는 것 외에, 효과적으로 자신의 기분을 좋게 만들 방법을 꾸준히 모색하세요. 특히 전통적인 심리치료나 항우울제는 우울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줄이는데 유용하지만, 부정적인 감정이 없어진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긍정적인 감정이 올라오는 건 아니니 이 부분은 스스로 조금 맡아줘야 합니다.

  지치지 말고, 꾸준히 나에게 좋은 일을 만들어내거나 좋은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자세면 충분합니다.

  오늘따라 잘 내려진 커피, 귀여운 디자인의 커피숍 냅킨, 내 취향의 맛있는 맥주, 맥주와 궁합이 잘 맞는 뜨거운 파인애플 피자, 오늘따라 딱딱 맞아떨어지게 도착한 버스와 엘리베이터에 즐거워하면 됩니다.

  실제로 커피는 우울의 위험을 감소시키고 생명을 연장해줍니다. 우울에 대한 커피의 효과에 관해서는 2만여 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10년간의 추적 조사와 2,000여 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밝혀졌습니다. 2018년의 한 대단위 연구 결과, 해당 연구에서 살핀 모든 질환의 사망률과 관련해 커피가 주효한 보호 요인으로 나타났습니다.

  따뜻한 목욕도 좋습니다. 간단한 샤워와 비교할 때 목욕은 스트레스와 긴장, 불안, 외로움, 분노, 우울을 감소시키고 편안함을 줍니다.

  따뜻한 스킨십도 좋지요. 치대거나 꼭 안아주는 등 누군가와 살갗을 부비는 일이 개인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효과는 널리 입증되어 있습니다. 특히 반려동물 입양은 치료에 대한 반응성이 떨어지는 우울 환자의 항우울제 효과를 높인다는 증거도 있습니다. 12세 이전에 반려견과 함께 생활한 사람들의 조현병 발병률이 현저히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행복감에는 감사 일기 쓰기도 효과가 좋은데, 다만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간격으로 해야지 매일 하면 매너리즘에 빠져 오히려 효과가 감소됩니다.

  선물은 내가 받을 때보다 타인에게 줄 때 행복감이 높아집니다. 아직 스스로를 챙겨야 할 때라면 본인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주위를 돌아볼 여유가 생긴다면 주위 사람들도 봐주세요.

  설탕이 든 달콤한 음식을 먹으면 단기적으로는 기분이 좋아지지만 장기적으로는 분노감이 높아지니, 적당히.

  운동은, 아직 하기 싫지요? 괜찮아요. 나중에 천천히 하면 됩니다. 우리는 계속 살아갈 거니까요.


  무엇이든 좋으니 당신 자신을 챙기세요.

  괜찮아요. 삶을 즐거워해도 되고, 재미있어 해도 됩니다.

  당신은 당신 자신에게 좀 더 좋은 주인이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숙제는 이것입니다.>

  의미 있는 삶에 대한 정의를 달리해볼 것. 그리고 당신에게 우울이 있다면 추정되는 원인을 종이에 간단히 적고, 조용히 말을 걸어볼 것.

(후략)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 중에서 / 허지원 지음 /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