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등산 취미

2012년(任辰年) 3월27일 "의상봉 능선" 산행기(마무리 하면서)

딸기라때 2012. 3. 28. 19:11

 

 

이번 북한산 '의상봉 능선' 산행후기는 다행이도 아무일 없이 안전하게 산행을 한 하늘에 감사함을 표하고....

일전에 신문에서 읽은 적 있던 의상봉 산행기의 주옥 같은 글이 인상깊고 하여 00신문사의 글로써(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1070801033533008002) 나의 산행 후기를 아래와 같은 마음으로 마무리 하고자 한다.

 

북한산 예찬론자들이 워낙 많아 좋아하는 코스도 제각각이지만 ‘의상능선’을 선호하는 코스로 꼽는 이들이 가장 많지 않을까. 예전에 - 북한산 입산료를 받을 때보다 이전에 - 의상능선은 ‘산 좀 탄다’ 하는 사람들이 통과할 수 있는 코스였다. ‘의상능선 타고 왔다’하면 ‘우와!’했었다. 지금처럼 계단과 쇠밧줄, 안전설비가 제대로 없던 시절에 의상능선은 전부 위험구간이었다. 요즘에는 휴일에 가면 처음부터 끝까지 앞사람 꽁무니에 코를 박고 가야 할 만큼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쇠밧줄로 오르는 코스가 여럿이라 오르내리는 사람이 서로 기다려야 한다. 예전이 좀 그립기도 하다. 지난 6일 찾았을 때는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적지 않아, 중간에 도시락을 까려고 전망과 그늘이 좋은 ‘명당’를 찾았다 싶으면 이미 사람들이 돗자리를 깔고 있었다.

 

6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의상능선은 능선 자체도 험하게 아름답지만 그 전체가 북한산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라고 보면 된다. 달리 의상능선이 아니다. 북한산 제1봉인 백운대와 그 왼쪽으로 늘어선 염초봉, 원효봉, 오른쪽의 만경대, 노적봉 등의 허옇고 거대한 암괴를 가장 화려하게 감상할 수 있는 위치에 의상능선이 놓여 있다.

 

그 사이로 도봉산의 오봉을 비롯한 연봉도 보인다. 뒤로 돌아서면 삼천사계곡의 ‘녹음 바다’ 건너로 응봉능선이 나타나고 사모바위가 고개를 들고 있는 비봉능선의 장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비봉능선 전체를 볼 수 있는 곳도 의상능선이 유일하다.

 

전국에 의상봉이란 이름을 가진 봉우리는 한 백개는 되지 않을까. 그만큼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전국 곳곳을 누비고 끼친 영향도 컸던 모양이다. 조선 숙종·영조대의 승려 성능이 지은 ‘북한지(北漢誌)’에 보면 “의상봉은 그 아래에 의상대사가 주석했던 곳이라 그렇게 이름을 지었다”고 적혀 있다.

 

경북 영주 부석사의 조사당 앞에는 ‘선비화’란 나무가 철책으로 보호되고 있는데, 의상이 부석사를 창건하고 떠나면서 심어놓은 지팡이가 나무로 자란 것이라는 전설이 전한다. 바로 그때 의상이 간 곳이 북한산 의상봉 아래라고 ‘북한지’에는 적혀 있다.

 

의상능선의 들입목은 704번 버스를 타고 가다 백화사 입구나 북한산성 입구에서 내려 시작하면 좋다. 거꾸로 대남문 옆 문수봉에서 의상봉 쪽으로 탈 수 있지만 내려오는 코스라 편할지 몰라도 의상능선을 제대로 타는 것은 아니다.

 

의상봉은 가파른 기암절벽으로 형성된 봉우리를 가리키는 의상‘대(臺)’로도 불렸을 만큼 곧추서 있다. 여기부터 숨차게 오르는 게 의상능선에 대한 ‘예의’다. 백화사 쪽이 한적한 숲길로 접근할 수 있어 더 좋다.

 

한 20분쯤 가다보면 가파른 정도가 갑자기 심해지면서 본격적으로 의상봉을 오르게 된다. 502m밖에 안 되지만 거의 평지에서 튀어오르듯 서있어 실제 오르는 데 시간이 적지 않게 걸린다. 얼마전까지도 없던 계단이 설치된 곳도 있어 예전처럼 다리뿐 아니라 팔까지 뻐근해 질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처음 가는 사람이라면 경험자와 가는 게 좋다.

 

‘북한지’에는 지금과 달리 의상봉과 용출봉 사이에 ‘미륵봉’이라는 봉우리가 하나 더 있는 것으로 기록돼 있다.

 

 

 

 

봉우리가 있다가 사라졌을 리는 없고, 의상봉은 봉우리 두개가 합쳐진 듯하게 생겨 있는데 아마 옛적에는 각각에 이름을 붙였던 모양이다.

 

의상봉에서 용출봉(571m)으로 가자면 뚝 떨어졌다 오르게 된다. 용출봉과 용혈봉(581m), 증취봉(593m) 사이가 기기묘묘한 암반길이어서 의상능선의 ‘백미’라 할 수 있다. 한 가지 주의점. 2007년 7월 하순에 용혈봉 정상에서 끔찍한 낙뢰사고가 있었다. 무려 4명이 죽고 4명이 부상을 당했다.

 

용혈봉은 봉우리에 나무도 없이 바위여서 등산객이 바로 ‘피뢰침’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생긴 사고다. 비 오는 날은 의상능선을 타지 말아야 한다. 중간에 비를 만난다면 스틱 등 쇠붙이를 잘 간수해야 한다. 용혈봉을 지날 때는 항상 그때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 옷깃을 여민다.

 

의상능선에는 샘이 없기 때문에 요즘 같은 한여름엔 물을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지나는 등반객들도 물이 떨어진 모양으로 한 중년여성이 동행자에게 물을 달라고 하자 “다 줘도 물은 못 줘”라며 걸쭉하게 말해 웃음바다가 됐다.

 

하지만 지도엔 없지만 기자가 아는 샘이 하나 있다. 증취봉과 나월봉 사이에 있는 부왕사암문에서 부왕사지 방향으로 나무계단을 내려가면 탁 터진 공터가 나오는데 거기 끝에 샘이 있다. 아주 시원하다.

 

증취봉 ~ 나월봉은 아마 가장 까다로운 코스에 속한다. 우회로를 선택하라는 푯말이 서 있고 밧줄로 막아놓았다. 하지만 우회로가 별로 좋지 못하고 자칫 길을 잃기 좋게 생겨 있다. 조금 위험하지만 탈 만하다. 단 경험자와 꼭 같이 타야 한다.

   

끝에 있는 나한봉은 그다지 볼품은 없다. 문수봉(732m)을 만나면 의상능선은 종점에 온 것이다. 문수봉의 가파른 바윗길을 올라서서 뒤를 돌아보면 지나온 의상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여기서 대남문을 통해 북한산성 입구로 혹은 반대편 구기동으로 하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