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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건강자료실)대인관계의 단절에 뇌가 반응하는 이유 

딸기라때 2024. 1. 16. 06:47

대인관계의 단절에 뇌가 반응하는 이유

정희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대인관계는 인간에게 어떤 영향력을 가지고 있을까요? 대인관계가 마음, 뇌, 신체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알아내기 위해 행동심리, 생리학적, 신경 이미지 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들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미국 나오미 아이젠버거의 실험 연구에 대해 나눠 보고자 합니다.

신경과학자인 나오미 아이젠버거 박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의 사회심리학 프로그램 교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회 및 정서 신경 과학 연구소의 소장이자 사회 인지 신경 과학 연구소의 공동 소장인 그녀는 사회적 연결에 대해 연구해 왔습니다.

아이젠버거 박사 연구팀은 2003년, 실험 연구를 통해 인간의 뇌가 대인관계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설명했습니다. 해당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이 작은 방에 들어가 게임 프로그램이 설치된 컴퓨터를 통해 나머지 두 사람과 공을 주고받는 게임 프로그램을 하게 됩니다. 실험에서 처음 몇 분간은 순서대로 공을 주고받게 되는데요, 특정 시간 이후에는 실험 참가자에게는 공이 전달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실험 참가자를 제외한 나머지 두 사람이 실험 참가자를 게임에서 배제시키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는 것이지요.

아이젠버거 박사 연구팀은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을 통해 어떠한 활동을 할 때 뇌의 혈류가 모이고, 어떤 부위가 활성화되는지를 관찰했는데요, 31명의 실험 참가자들은 자신에게 공이 오지 않기 시작했을 때부터 명확하게 뇌 전두엽의 배측 전방 대상 피질(dorsal Anterior Cingulate Cortex, dACC) 부위가 활성화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배측 전방 대상피질은 물리적으로 통증을 경험할 때 활성화가 되는 영역인데요, 신체적 폭력을 당했을 때 고통을 느끼는 것처럼 해당 부위가 활성화 된 것이지요. 사회적 고통과 육체적 고통의 경험은 모두 두뇌의 배측전방 대상피질 영역과 관련되어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는 우리 뇌가 물리적인 폭력뿐만 아니라 사회적 따돌림도 같은 뇌의 부위가 활성화 되도록 만든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아이젠버거는 동료 연구자 네이선 드월(Nathan DeWall)와 함께 고통과 진통제에 대한 연구도 진행했습니다. 진통 효과가 있는 1000mg의 타이레놀을 3주 동안 매일 복용한 집단의 경우, 통제 집단과 비교했을 때 '사회적 고통'을 훨씬 적게 경험했다고 합니다. 타인에게 거절이나 불공평한 대우를 받았을 때에 위의 dACC의 자극이 일어나면서, 두통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고 하는데, 진통제를 복용함으로써 두통뿐만 아니라 사회 심리적 고통도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지요.

뮤-오피오이드 수용체 유전자(OPRM1: mu-opioid receptor gene)를 변이된 형태로 가지고 있는 사람의 경우, 거절에 더 민감할 수 있다고 합니다. 뮤-오피오이드 수용체 유전자는 신체적 고통을 조절하는 진통제 역할을 하는데요, 사람에 따라서는 사회적 거부에 대해 더 많이 고통감을 느낄 수도 있으며, 거절 민감성이 발달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 심리적 고통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나오미 아이젠박사의 초기 실험 연구에서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사진을 보거나, 그들의 손을 잡고 있을 때 통증을 덜 느끼는 것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17명의 실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정해진 강도의 고통을 주면서 사랑하는 사람의 사진과 거미 혹은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의 사진을 보도록 하는 실험이었습니다.

첫 번째는 사랑하는 사람의 사진, 두 번째는 낯선 사람의 사진, 세 번째는 사물의 사진이었습니다. 열자극은 조금 아프고 괴롭지만 견딜 수 있는 정도로 설정되어 있었는데요, 실험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사진을 본 사람이 느끼는 고통의 정도는 낯선 사람의 사진을 볼때의 고통보다 25%나 낮았기 때문이지요.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볼 때 fMRI 상에서 위험이나 고통의 신호를 알아차리는 전전두엽 피질의 활동성도 낮아지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신뢰 관계가 강하게 애착이 형성되어 있을수록 뇌의 특정 부위가 다르게 반응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안전을 느끼는 것과 관련된 뇌의 전두전 피질의 복부 대상 피질(VMPFC)가 활성화되었는데, 해당 부위의 활성화는 고통을 경감시킬 뿐 아니라, 두려움, 불안, 슬픔을 경감시킬 수 있다는 것이지요

우리가 느끼는 외로움, 단절감과 같은 심리적 고통을 줄여주고 뇌의 건강한 자극을 일으킬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1. 누군가에게 도움을 베풀어 보세요

타인을 향해 따뜻한 눈빛, 따뜻한 말 한마디가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어 고통을 경감시킬 수 있습니다. 봉사활동에 참여하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을 주는 것도 자신의 뇌 건강과 감정에 도움이 됩니다.

2. 지인들과 작은 추억을 만드는 시간을 가져 보세요

가족들에게 안부의 문자를 보내고, 친구들과 작은 추억을 만들어 보세요. 배우자와 함께 단둘이 차를 마시거나, 지인들과 함께 종교생활을 하는 등의 일상의 리츄얼을 만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3. 동료들과 함께 점심에 산책을 해 보세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좋아하는 동료와 회사 주변을 산책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날씨의 변화와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면서 호감과 신뢰를 쌓아가는 것도 좋겠지요.

아이젠 버거 박사는 사회적 고통의 뇌신경들이 활성화되는 것은 좋은 징조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사회적 연결을 가지지 않음으로 해서 느끼는 고통들은 사회적 연결을 유지하기 위한 적응방법이라는 것이지요. 고통 시스템의 매커니즘은 우리가 사회적 연결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지요.

우리는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든든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고통스러울 때 누군가 함께 한다는 사실은 든든하게 견뎌낼 수 있는 진통제가 되어 줄 것입니다. 누군가와 연결되는 경험을 통해 조금 더 편안해지는 감정을 느껴 볼 수 있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서울역마음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정희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