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아’라는 말 속에 숨은 진짜 뜻
우리는 ‘귀찮다’라는 말을 참 자주 합니다. 봄이 되고 몸도 노곤해지고 졸음이라도 쏟아지면 더 자주 하게 되지요. 그런데 귀찮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단지 지치고 피곤해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가장 안타까운 사례는 ‘귀찮다’는 말로 자신이 불안을 극복해낸 것처럼 착각하는 겁니다. 불안한 마음이 커지면 안전하고 확실한 곳에만 머물고 싶어집니다. 예를 들어 공황장애 환자들은 혼자 운전하고 가다가 공황발작이 일어날까 봐 두렵고 불안해서 아예 운전을 하지 않으려 합니다.
당신은 어떤가요? 맑고 화창한 날에도 귀찮다며 집에만 있으려 하지는 않나요? 귀찮다는 말은 불안을 극복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게 만들어버리고, 종종 회피의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새로운 도전을 해보는 것, 평소에 해보지 않았던 일을 경험하는 것, 익숙하지 않은 무언가를 배우는 것, 낯선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에는 불확실성과 불편함이 따라오게 마련입니다.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겨 곤란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불편하다고 위험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불확실성에는 사람을 즐겁고 행복하게 만드는 속성이 함께 녹아 있지요. 그래서 확실하면 안전하다고 느끼지만 권태와 무의미함이 따라옵니다. 확실한 것은 위험은 적지만, 재미도 새로운 희망도 없습니다. <중략>
삶의 불확실성을 인정해야 스트레스를 받아도 무너지지 않습니다. 건물을 고정하기보다는 조금 흔들리도록 만들어 두면 지진이 일어나도 치명적인 손상을 막을 수 있지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귀찮다며 확실한 것에만 자신을 묶어두면, 인생에 따르는 고통에 더 취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귀찮다는 말은 쉽게 포기해버리는 스스로를 정당화하거나 용기 내기를 거부할 때 쓰이기도 합니다. 괜히 밖에 나갔다가 귀찮은 일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하느냐며 공황장애 환자는 불안에 굴복합니다. 남편한테 쌓인 감정을 표현했다가 싸움이라도 나면 더 귀찮아지기만 한다며 평생을 참고 산 아내가 스스로를 억압해버립니다. 새로운 걸 배우러 갔다가 못 따라가서 창피당할까 봐 싫다며 도전을 거부하고, 살던 대로 살면 되지 나이 들어 뭘 새로 시작하느냐며 세월의 흐름에 자신을 눌러 앉혀버립니다. 용기가 빛을 내려는 순간, 귀찮다는 말로 그 불을 꺼버리는 겁니다.
마음에서 솟아나는 용기를 거부하면, 현재의 안락한 고달픔에 젖어 있게 됩니다. 내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내재적 죄책감intrinsic guilty에 언젠가는 시달리게 됩니다. 세월이 많이 흐른 뒤에 내 인생에 더 이상 새로운 기회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절망하게 됩니다. <중략>
‘귀찮아’를 물리치는 에너지는 몸을 움직여야 생깁니다. 처음에는 하기 싫어도 자꾸 하다보면 좋아지게 마련입니다. 약속이 없어도 아침에 일어나 제대로 옷을 입고 가벼운 화장이라도 하는 것이, 양치질만 대충 하고 잠옷 차림으로 집에 있는것 보다 기분이 좋고 의욕도 살아나게 합니다.
휴일에 집에서 쉬려고만 하지 마세요. 여행을 갈 수 없다면, 여행을 떠나왔다고 느끼며 지금 살고 있는 동네의 작은 골목들을 헤집고 다녀보세요. 음악을 좋아한다면 훌륭한 연주를 찾아 듣고, 미술을 좋아한다면 시내로 갤러리로 투어를 떠나세요.
‘귀찮다’에 굴복하지 말고 몸을 움직여야 합니다. 그래야 ‘귀찮아’ 속에 숨겨진 불안과 두려움이 사라집니다.
감정의 온도 / 김병수 / 레드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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