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와 더불어 살아가는 법
나는 실수라는 명사에는 ‘배우다’라는 부담스러운 동사보다 ‘만나다’라는 동사가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실수를 통해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과 만난다. 대부분의 실수는 몰라서 저지른다. 부주의 때문에 생긴다. 자신을 모르고, 자신과 타인의 욕망을 모르고, 자신이 언제든 실수할 수 있는 인간이란 걸 간과한 결과 일어난다.
그리하여 우리는 실수를 통해 가장 먼저 자신과 만난다. 그리고 세상의 부조리한 욕망과 마주친다. 뼈아픈 마주침이다. 게다가 한 번 저지른 실수를 두 번 저지르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예측할 수도 없다. 심지어 자신과 타인을 잘 알아도 실수는 일어난다. 잘 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인생의 비극이 여기에 있다. 물론 실수의 패턴을 알아차리면 더 빨리 그리고 적절하게 대응하는 방법을 체득할 수는 있다. 그러나 실수 없는 인생이란 로망일 뿐이다.
우리가 패배했다고, 잃었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을 뒤집으면 권리도 된다. 불완전한 인간이기에 가질 수 있는 권리이다. 그러므로 실수할 권리도 있다. 실패할 권리도 있다. 거기에서 딱히 뭔가를 배우지 않아도 괜찮다. 반드시 유익한 교훈을 찾아내야 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힘겨운 인생살이가 더 무거워지기만 할 뿐이다.
다만 소로처럼 멀리 도망가지 않고 자신을 직면할 용기는 있어야 한다. 직면하기 차마 괴롭고 힘들다면 버티면 된다. 때로는 버티는 것도 정면으로 직시하는 것 못지않게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러니 실수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버티다 보면 배운다는 생각 없이 배우고, 만난다는 생각 없이도 보이는 것들 너머의 신비와 만나게 된다.
정희재 /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 갤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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