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건강자료실] '모두와 사이좋게'라는 생각이 문제
‘모두와 사이좋게’라는 생각이 문제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고민이나 트러블을 줄이기 위해서는 상대방과 100퍼센트 아는 관계를 만들지 않는 편이 현명하다. 상대방이 동료나 친구일 경우만이 아니라 부모나 애인 사이도 마찬가지다.
누구와도 100퍼센트 서로를 잘 아는 관계가 된다는 생각을 포기하라고 말하면 친밀한 인간관계를 부정하는 말로 들리겠지만 그런 뜻이 아니다. 내 말의 진의는 이런 자세가 서로를 인정하는 최선의 방법이 된다는 뜻이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다른 개성과 특징이 있고, 자기만의 고유한 습관이 있다. 몇 십 년이나 함께 살아온 부부라도 상대의 일부분밖에 모르는데 사회생활을 해나가면서 만난 사이끼리 모든 것을 알고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상대와 마음이 하나가 되겠다, 온전히 이해받는 관계가 되겠다며 필사적으로 매달린다. 그것이 상대와 나란한 삶을 이루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행동이 오히려 서로의 관계에 트러블의 원인이 된다.
서로 100퍼센트 이해하는 관계를 원해서 당신이 누군가에게 그렇게 맞추려고 한다면, 그건 진짜 당신다움을 버리는 일이 된다. 말 그대로 완전한 타자중심의 삶의 방식이라는 뜻이다. 반대로 상대방이 내게 100퍼센트 맞춰서 이해해주기를 원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도 많을 테니 이 또한 타자중심의 삶이다. 더 심각한 일은 자기 마음대로 착각해서 100퍼센트 상대방을 안다고 믿는 경우다. 이런 착각이 심해지면 상대와 나의 경계가 흐려져서 내 생각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게 되거나 상대의 배려에도 늘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서로의 가슴에 서서히 불만이 쌓이면 둘 사이에 금이 가는 것은 시간문제다.
더 극단적인 경우도 있다. 상대를 마치 자신의 일부인 것처럼 취급하면서도 전혀 깨닫지 못하는 것이 그렇다. 이런 현상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 부모가 자식에게 대하는 태도다. 자식이 부모가 원하는 대로 되어주기를 바라기 때문에 벌어지는 가족 간의 비극 이야기는 책 한권으로도 모자랄 만큼 차고 넘친다.
아동심리학자들은 미성년을 자녀로 둔 젊은 부모들의 역할을 교통경찰과 같아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에게 운전 기술을 가르친 다음에는 그냥 제 방향으로 가도록 안내하는 역할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런 역할을 넘어서 이리 가라, 저리 가라 명령하고 심지어 핸들을 빼앗아 부모 마음대로 운전하면 언젠가는 행로를 이탈해버리는 비극이 찾아온다는 설명이다.
어찌 보면 세상의 모든 사람과 사이좋게 지낸다는 생각 자체가 타자중심의 의식으로,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꾸는 것인지도 모른다. 자기중심의 삶이 중요하다. 주어진 현실에 충실하면서 언제나 나를 중심에 놓고 주위 사람들과 성의껏 소통해 나가는 일상에서 좋은 인간관계가 시작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이시하라 가즈코(이정은 역)/ 도망치고 싶을 때 읽는 책/ 홍익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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