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 지배당하는 순간의 응급 처치법 (1편)
- 감정의 원인을 파악한다.
예민한 사람들은 왜 이런 기분을 느끼는지 스스로도 확실히 알지 못할 때가 많다. 우울하거나 두렵거나 화가 나지만 그 이유를 알지 못하는 것이다.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면 더욱 효율적으로 해당 감정을 처리할 수 있다(리네한, 1993). (중략)
예를 들면 이런 경우다. 당신은 일주일 내내 불편한 감정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다 결국 불편함을 야기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지난주에 지원한 회사에서 아직 결과를 듣지 못해서였음을 깨닫는다. 이제 조금 더 큰 관점에서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 회사에 다니면 좋겠지만 탈락한다고 해도 세상이 끝나는 것은 아님을 깨닫고는 웃으며 고개를 내젓는 것이다. 해당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진짜 원인을 찾는다면 감정에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정서적으로 예민한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이 동요하는 이유가 삶이 끔찍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생각은 고통을 가중시킬 뿐이다. 사실 삶이 끔찍하다는 생각은 예컨대 당신의 마음의 상처를 입었기 때문에 얻은 ‘결론’이지 감정의 ‘원인’이 아니다. 삶이 끔찍하다고 생각하게 된 구체적인 사건이 있었는지 살펴봐야 한다. 자신의 삶이 엉망이라고 생각된다면 가장 최근에 어떤 일로 인해 그런 생각을 갖게 되었는지 생각해보자. ‘엄마에게 월세를 또 빌려달라고 부탁했더니 화가 난 엄마가 너무 지긋지긋하다고 말했다.’는 식의 상세하고도 사실적인 기술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 사실 관계를 분명히 하지 않은 채 ‘엄마가 너무 이기적으로 굴어서 내 삶이 더 끔찍해졌어’라는 식으로 불평하는 것은 끔찍하고 절망적인 기분만 더 크게 키울 뿐이다.
(중략)
- 괴로운 감정에 빠져들지 않는다.
슬픔과 같이 괴로운 감정을 느낄 때면 그런 부정적인 감정을 더욱 강력하게 불러일으키는 일이나 생각을 재빨리 차단하는 것이 좋다. 물론 이는 생각보다 힘든 일이다. 우울할 때는 본능적으로 즐겁게 웃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불행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편이 마음이 편하다. 누군가 화가 났을 때는 그 사람에게 자신이 화를 낼 만한 이유를 찾게 되고 그 결과 더 오래 미워하게 되고 만다. 마치 애인과 헤어졌을 때 이별에 대한 슬픈 노래를 찾아 듣는 식이다. 다행인 것은 힘든 감정에 더욱 깊이 빠져들지 않을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리플레이를 멈춘다.
분노, 두려움 등 불편한 감정을 경험할 때면 해당 감정을 불러온 상황을 머릿속으로 거듭 되돌려보게 된다. 자신이 이 감정을 느끼는 이유가 타당하다고 믿기 위해서, 자신의 감정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본능적으로 근거를 찾는 것이다. 그간 사람들이 당신에게 잘못을 저질렀던 기억을 모두 끄집어내고, 당신에게 큰 상처를 준 사람을 다시금 떠올리거나 과거 자신이 저지른 과오까지 파헤친다. 이는 사실 굉장히 흔한 현상이다. 그러나 이미 지난 일을 상기하는 것은 기분만 상하게 할 뿐,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감정의 불씨를 다시 키우지 않는 한 가지 방법은 의식을 지금 현재의 순간으로 부드럽게 이끄는 것이다. 현재의 상황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하면서 자꾸 생각이 과거로 기울 때 마다 몇 번이고 자신의 의식을 현재로 되돌린다. 간단한 마음챙김 수련을 시도해는 것이다(자세한 방법은 책의 4장을 참고하기 바란다). 당신을 동요하게 만드는 과거의 기억을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런 뒤 이 기억이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 따져본다. 자기 자신에게 ‘내게 힘이 되는 생각이야’ 혹은 ‘이런 생각은 지금 도움이 안돼’라고 말한다.
또 다른 방법은 수용하는 법을 연습하는 것이다(리네한, 1993). 지금 현재 벌어진 일을 수용한다고 해서 당신이 그 일에 동의하거나 찬성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다만 어떤 일이 벌어졌다는 것 자체를 인식하는 것뿐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이런 일은 벌어져선 안 되었는데’등의 가정을 하거나 누군가를 비난하는 마음을 버리고 그저 어떤 일이 벌어졌고 이제는 과거가 되었다는 사실을 수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의 생각에 대한 수용도 이루어져야한다. 불편한 생각이 드는 것을 부정하지 않고 인정해야 비로소 그 생각과의 싸움을 멈출 수 있다. 어떤 생각이 찾아올 때 ‘이건 그저 생각일 뿐이야.’라고 분리시키고 ‘만약’이라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지 않는다. 이런 연습을 통해 머릿속의 생각은 말 그대로 생각일 뿐이지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현실과 동떨어진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또한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생각은 사실 우리의 통제 밖의 일이다.
과거의 불쾌했던 기억에 얽매일 것 같으면 일부러 다른 일에 의식을 집중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100부터 3씩 빼가면서 거꾸로 숫자를 계산하거나 구구단을 외우는 것도 도움이 된다.
감정적 추론에서 벗어난다.
우리는 격렬한 감정이 생길 때 드는 생각을 진실이라고 믿는 경향이 짙다. 이를 ‘감정적 추론’이라고 한다. 두려움 등 불안한 감정에 사로잡혔을 때 끔찍한 일이 벌어질 거라고 믿게 되는 식이다. 예컨대 시험을 통화하지 못할까봐 불안해질 때 ‘나는 합격하지 못할거야’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혹은 건강한 무언가 이상이 있는 것 같은 불안함에 사로잡힐 때 ‘나는 지금 심각한 병에 걸린 게 틀림없어.’라고 믿는 식이다.
감정에서 파생되어 무언가 벌어질 거라는 혹은 벌어졌다는 추론을 ‘사실’로 받아들일 때 더욱 심각해진다. 불안함이 만들어낸 ‘나는 합격하지 못할 거야’라는 허상을 믿는 순간, 시험을 치르는 일 자체가 무의미하게 느껴져 차라리 참여하지 않거나 공부를 포기하게 된다. 실제로 아무런 문제없이 시험에 통과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놓아버리는 결과가 발생한다. ‘나는 심각한 병에 걸린 게 틀림없어’라고 믿는 경우, 상황의 심각성을 외면하고 싶은 마음에 병원에 가길 꺼린다. 그렇게 되면 질환을 더욱 악화시키고 치료가 어려운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것이다. 더불어 의사에게서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들음으로써 그간 계속되어온 걱정의 끈을 끊어버릴 기회조차 포기하는 셈이다.
감정은 정보를 제공하지만 문제는 그 정보를 잘못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감정적 추론은 허위 경보와 비슷하다. 건강 검진 결과가 걱정스럽겠지만, 걱정이 곧 끔찍한 결과를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 면접에 대해 불안감이 커진다고 해서 합격하지 못한다는 뜻은 아니다.
감정적 추론은 직관과 다르다. 직관이 발휘된 때는 무언가를 그저 알게 된다(리네한,1993) 왜, 어떻게 그런지는 분명히 밝힐 수 없지만 앎이 찾아오고, 이때 감정은 결부되지 않는다. 그러나 감정적 추론에는 불편하고 괴로운 감정이 동반된다.
감정적 추론에 반응하려는 마음이 들 때는 지금 드는 생각이 사실이 아닌 감정에 기반한 것임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감정적 추론을 야기하는 불편한 감정을 줄이기 위해선 호흡법과 이완 운동 등 이어서 소개할 만한 방법을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다음에 이어서 계속...
민감한 사람을 위한 감정 수업 / 캐린 홀 지음 / 빌리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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