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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건강자료실)짜증 난다’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들의 특징

딸기라때 2024. 8. 27. 06:37

‘짜증 난다’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들의 특징


    그렇다면 왜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인지하는 게 필요할까? 만약 엄마가 생일에 미역국 끓여 주는 것을 잊어버렸다고 해 보자. 그건 서운한 것이다. 나도 시험을 잘 봤는데 100점을 맞은 친구만 칭찬을 받았다고 해 보자. 그건 질투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모든 상황에서 ‘짜증 난다’는 말부터 하게 되면 부정적 감정이 드는 원인을 파악할 수 없게 된다. 원인을 모르니 그 감정을 해소할 방법도 사라져 버리는 것은 물론이다. 이를테면 서운한 감정은 포용으로, 질투심은 인정으로 해소할 수 있는데, ‘짜증 난다’는 말은 그저 부정적인 감정을 뭉뚱그려 놓은 것에 불과해서 문제 해결에 아무 도움이 안 된다.

    한국심리학회에 실린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어에서 흔히 쓰이는 감정 단어는 400여 개인데 그중 부정적인 감정 단어가 무려 72퍼센트에 달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 감정을 모두 뭉뚱그려서 ‘짜증 난다’라고 말해 버리면 그냥 부정적 감정만을 쏟아 낸 꼴이 되고 만다. 그러면 나를 이해하는 것도, 다른 사람과 소통을 하는 것도 불가능해진다. 원인을 모르면 올바른 답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세상은 감정을 마음껏 표현하며 살라고 권유한다. 감정을 정확히 알아야 마음껏 표현할 수 있을 텐데,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표현하려고만 하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감정을 과잉 방출하는 것이다. 민서 씨가 남자 친구에게 ‘짜증 난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것이 이에 속한다. 해결 방안이 보이지 않는 모호하고 불쾌한 감정을 아무 여과 없이 밖으로 쏟아 내면 상대방과의 관계만 악화될 뿐이다.

    우리가 감정을 표현하는 이유는 결국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고, 보호받고 싶은 욕구를 충족하고 싶어서이다. 그러므로 그 욕구를 잘 충족시키고 싶다면 내 감정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알고, 그것을 상대에게 솔직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민서 씨의 경우 ‘짜증 난다’는 말 대신 “주말에 보고 싶었는데 보지 못하게 돼서 서운해”라고 말했다면 남자 친구와 싸우고 전화를 끊는 일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평소에 ‘짜증 난다’라는 말을 많이 쓰고 있다면 그 말부터 줄여 보아라. 그래야만 자신의 감정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그 이름을 찾아 줄 수 있게 된다. 그러고 나서는 내 감정을 상대에게 잘 전달하는 방법을 익힐 필요가 있다. 나의 욕구를 충족하면서도 상대의 감정을 수용하여 원만한 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감정 표현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 감정을 표현할 때는 ‘나는 ~라고 느낀다’라는 문장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나는 네가 전화를 안 해서 속상했어’, ‘나는 네가 약속을 안 지켜서 화가 나’ 등등 ‘나’를 주어로 해서 문장을 만들면 ‘내’ 느낌을 상대방에게 솔직히 전달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보통 갈등 상황에서 ‘너 때문에 속상해’, ‘너 때문에 화가나’라고 말한다. 이런 말은 의도와 상관없이 상대방을 탓하고 비난하는 말이 되어 버린다. 그러면 상대방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화를 내고, 순식간에 감정싸움으로 번지게 된다. 그러므로 어떤 순간에도 감정을 표현할 때는 그 목표가 내 감정을 정확히 상대에게 전달하는데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둘째, 감정이 격한 상태에서는 가급적 표현을 삼가야 한다. 감정은 공명 현상을 불러일으킨다. 상대가 기분이 좋으면 나도 기분이 좋아지고, 상대가 짜증을 내면 나도 짜증이 나게 된다. 그러므로 만일 상대방이 화를 심하게 낸다면 “네가 그렇게 화를 내면 나도 화가 나. 우리 좀 가라앉힌 뒤에 말하자”라고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셋째, 감정에 충실하되 감정을 너무 믿지 말아야 한다. 물론 감정은 내면에서 보내온 메시지이므로 어떤 감정이 일관되게 느껴진다면 이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감정은 기본적으로 쾌락 원칙을 따르기 때문에 현실을 고려하기보다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한다. 그래서 감정의 변화가 심한 경우 그 감정을 무작정 따라가다가는 정체성에 혼란이 오고 대인 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러므로 지금 느껴지는 감정이 즉흥적인 것인지, 나중에도 책임질 수 있는 것인지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생각해 보라. 그래야만 잘못된 감정 표현으로 나와 상대방 모두 상처 입히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김혜남 / 생각이 너무 많은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 / 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