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 부부 정신을 본보기로 보여라
부모들의 열성과 지혜가 자녀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가 있다. 첫 번째는 1870년대 프랑스에 살던 한 부부의 자녀 교육법이다. 의사였던 남편은 지적 발달이 늦은 둘째 아들 피에르를 집에서 직접 가르쳤을 만큼 사려 깊고 열정적인 부모였다. 아이가 학교에서 구박 받을 것을 염려했던 그는 피에르의 형인 자크도 집에서 공부를 시켰다.
열네 살 때 부모가 채용한 수학교수 덕분에 고등수학과 라틴어를 체계적으로 배우게 된 피에르 퀴리(1859~1906)는 훗날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는 세계적인 과학자로 성장해 부모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피에르와 함께 공동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던 자크 역시 과학자로서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또 하나의 사례는 비슷한 시기 폴란드에 살던 한 아버지의 교육법이다. 고등학교에서 수학과 물리학을 가르치던 그는 교사직에서 해임돼 생활이 어려웠지만 자녀 교육에 확실한 소신과 애정을 가진 부모였다. 아내가 하숙집을 해야 할 정도로 가난했던 부부는 다섯 아이에게 정서적으로 따뜻한 가정을 만들어주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매주 토요일 밤이면 그들은 아이들에게 세계 고전문학을 읽어주거나 직접 쓴 시를 낭송해주며 열정을 쏟았다.
막내인 마리는 그중에서도 문학과 자연과학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한 아이였다. 조국 폴란드에서 여성의 대학 진학이 불가능해지자 마리는 부모의 격려 속에 프랑스 유학을 떠났고 그곳에서 과학자 남편을 만나면서부터 인생의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남편과의 오랜 공동연구로 노벨상 수상이라는 결실을 맺게 됐던 것이다. 여성으로서는 최초의 노벨상 수상이었다.
마리(1867~1934)의 남편은 다름 아닌 ‘피에르 퀴리’였다. 말하자면 두 사람에게는 어려서부터 부모에게 독특한 교육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퀴리가의 교육법에서 주목할 것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도 크게 요구되는 ‘양성 평등’ 정신이다.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불평등이 엄존하던 백여 년 전, 퀴리가는 부부가 평등하다는 것을 자녀들의 의식 속에 심어주었다. 이런 정신이 퀴리 부부의 공동 연구에 훌륭한 밑거름이 되었던 것이다.
퀴리가의 평등 정신은 그의 딸 이렌느 부부에게로 대물림되었다. 1934년 딸 이렌느는 남편 졸리오와 함께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공동 선정되었다. 퀴리가는 ‘노벨상 3관왕’이라는 흔치않은 진기록의 주인공이 되었다.
퀴리 부부와도 절친했던 아인슈타인 부부는 이와 대조적이다. 스위스 취리히 공과대학 물리학과를 나온 아인슈타인 아내 밀레바 마리치는 캠퍼스 커플이었다. 처음부터 연구 동반자로 출발했기 때문에 세간에서는 그녀가 상대성 이론 연구에 기여했다는 주장에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연구 결과를 독식했고 1921년에 단독으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아인슈타인은 결혼 16년 만인 1914년에 그녀와 이혼했는데 이혼 사유는 아인슈타인의 간통이었다. 이때 부부의 이혼 위자료는 아직 타지도 않은, 하지만 조만간 아인슈타인의 차지가 될 것이 확실하던 노벨상 상금이었다. 아인슈타인은 그렇게 위자료마저 ‘약속어음’을 끊어준 채 사촌동생 엘자 아인슈타인과 재혼했다.
아인슈타인은 가족에게 그리 존경받는 아버지가 아니었다. 밀레바와 혼전에 얻었던 딸은 어디로 입양시켰는지 출생 이후의 기록조차 존재하지 않고, 이혼 후 두 아들과도 연락을 거의 하지 않았다.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친 그의 둘째 아들 에두아르트는 가족을 버린 아버지를 끝내 용서하지 않았다.
4대에 걸쳐 세계적인 과학자를 배출한 퀴리가와 비극으로 끝난 아인슈타인가 사이엔 대체 어떤 차이가 있을까? 그리고 그 차이는 대체 어디서 온 걸까? 자녀 교육에 대한 열정은 둘째치고라도 어려서부터 자녀들이 보고 들은 ‘평등 부부의 정신’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아니었을까. 두 사례는 부모가 자녀에게 어떤 존재인가를 말해준다.
최효찬 /샘터 (2018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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