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조언하는 것
모두 다 힘들 게 산다는 걸 안다.
하지만 모두가 힘들게 산다고 해서
나까지 힘들게 살아야 하는 건 아니다.
누가 더 힘들 게 사는지 견주고 싶지 않다.
스스로를 ‘어른’이라고 칭하는 사람들이 가장 저지르기 쉬운 실수는 타인의 고통을 함부로 재단한다는 것이다. 살다 보면 누구나 다 겪는 일이고, 그 정도 아픔은 사회에서 아무것도 아니니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훌훌 넘기라고 한다. 마치 이제 막 덧셈과 뺄셈을 배우고 있는 아이에게, 나는 벌써 곱셈과 나눗셈을 배웠고 곱셈과 나눗셈보다 덧셈과 뺄셈이 훨씬 쉬우니 머리 싸매고 풀지 말라는 조언 같다. 나도 잘 견뎌 냈으니 너도 잘 견뎌 내라는 말만큼 폭력적인 말이 어디 있을까.
당신과 나는 분명 다르고, 당신과 달리 나는 처음 겪는 일인데.
이미 어른이 된 사람에게는 다 지나간 일이겠지만, 나에게는 아직 머물러 있는 일이다. 나의 우주가 사라지지 않는 고민에 휩싸여 있다. 거기에 다 멈춰 있다. 그러니 쉬울 리가 없다. 애초에 쉬운 고민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반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별일인지 아닌지는 내가 겪어 봐야 아는 것이다. 어른의 역할은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아이에게 지혜를 나누는 것이지, 억지로 아이의 입 안 깊숙이 지혜를 집어넣는 것이 아니다.
좋은 어른은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게 만든다. 하나의 선택지를 주고 그게 정답이라며 선택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여러 개의 선택지를 주고 기다린다. 그리고 선택이 맞다, 틀렸다 채점하지 않는다. 이 문제에는 정답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설령 그게 누가 봐도 틀린 답이라고 해도 그 아이가 노력해서 틀린 답을 맞는 답으로 만들면, 그 또한 정답이라고 존중해 준다.
타인에게 고민을 털어 놓는 건
그 사람에게 정답을 듣고 싶어서가 아니다.
황무지에 떠도는 이 답답한 마음을
그저 내려놓고 싶어서다.
너무 무거워서,
나 혼자 짊어지고 있기엔 너무 버거워서
잠깐 바닥에 내려놓고 싶을 뿐이다.
그런 사람에게
나는 너보다 훨씬 무거운 짐을 지고 있으니
너의 짐은 무거운 축에도 못 낀다고 말하지 마라.
누가 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나 견주고 싶은 게 아니라
그저 다 내려놓고 쉬고 싶은 것뿐이니까.
조유미/ 나, 있는 그대로 참 좋다/ 허밍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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