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어요: 의욕상실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내가 이것을 왜 해야 하는지도 알고, 반드시 해야 한다는 생각도 분명히 있는데, 당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것입니다.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든 해보려고 시도를 하긴 하지만, 곧 머릿속은 다른 곳을 향합니다.
‘그냥 다 때려치우고 조용한 곳에 가서 잠이나 실컷 잤으면 좋겠어.’
이런 생각만 자꾸 듭니다. 만사가 다 귀찮고 손 하나 까딱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내 몸속에서 모든 의욕이 사라져버린 것만 같습니다.
남김없이 소진되었을 때
연일 이어지는 폭풍 같은 야근, 과제, 공부 등으로 몸도 마음도 완전히 그로기 상태가 되었던 경험, 이 책을 읽어볼 정도로 열정이 있는 여러분이라면 한 번쯤 있었을 것입니다. 다행인 사실은 그런 엄청난 일들의 경우 대체로 기한이 정해져 있어서 일단 끝내고 나면 재충전의 기회가 생기곤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체력이 좋고 강인한 정신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끝없이, 계속해서 달릴 수 없는 법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일이 현실에서는 종종 벌어집니다. 끝없이, 계속해서 달리다가 문제가 생기는 분들이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번아웃 증후군burn out syndrome’이란 말이 널리 알려졌습니다. 번아웃이란 말 그대로 ‘다 타고 없어져버렸다’, 즉 ‘회복하기 힘들만큼 완전히 소전됐다’는 뜻입니다. 그야말로 끝없이, 계속해서 달리다가 완전히 주저앉게 되는 상태에 내몰리는 것입니다.
(생략)
번아웃의 징후는 다음과 같이 나타납니다. 우선 무언가를 하려고 하다가도 최악의 상태부터 떠올립니다. 이른바 ‘재앙화’라고 하죠. 또한 자신이 절망 상태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합리화’라고 하죠. 그러면서 자기 자신을 “머저리” “등신” “재수 없는 놈”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는 ‘명명하기’입니다.
이러한 일련의 사고 흐름이 형성되는 한편, 자꾸 이유 없이 몸이 아프게 되면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게 됩니다. 집안 문제로 번아웃이 찾아왔으면 직장에서도 엉망이 되고, 직장 문제로 번아웃이 찾아왔으면 집안에서도 엉망이 됩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어지죠. 점점 고립되고 자신감도 저하됩니다. 우울증은 기본입니다. 이런 상태라면 짜증이 나서 도저히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모습을 겉으로만 봤을 땐 당연히 ‘게으름을 피운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게으름은커녕 치료를 요하는 대단히 위험한 상태입니다. 아무리 급하고 중한 일이라고 해도 건강보다 우선일 수는 없습니다. 이럴 때는 무조건 쉬어야 합니다. 나를 괴롭히는 모든 문제로부터 신경을 다른 곳으로 분산시키고, 경우에 따라서는 현재 내게 고통을 주는 상황 자체로부터 달아나야 합니다. 우을증도 치료해야 하고요.
세상에는 열심히 하면 할수록 무덤만 더 깊게 파는 꼴인 일도 분명 있습니다. 내 몸과 마음이 극도로 피폐해졌다고 느껴질 땐, 일단 모든 것에서 손을 떼고 상황을 하나씩 바꿔가면서 천천히 몸과 마음을 회복해나가야 합니다.
[게으름도 습관이다/최명기 저/ 출판사 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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