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지 않는 날씨를 피할 수 없다면
부정적인 마음이 사라져야 비로소 ‘정상적인 나, 정상적인 마음’이 되어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매일의 날씨가 내가 원하는 대로 되어야만 기쁠 수 있고 원치 않는 날씨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라고 믿는 것과 같다. 그런 사람이 화창한 날씨를 원하는데 비가 온다면, 왜 비가 오는지 원인을 분석하고, 비가 내리지 않는 방법을 찾는데 몰두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시도가 아예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운이 좋다면 일 년 중 비가 오는 날을 100일에서 90일로 줄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비 오는 날이 줄어들면 행복할까? 비를 없애기 위해 골몰하는 이의 머릿속에는 ‘비’만 있다. 대기의 변화, 비가 생기는 원인, 비바람이 심해지는 조건에 대한 지식들이 가득한 반면, ‘비가 아닌 것들’은 어디에도 없다. 해가 뜨는 것이 그리워 비를 그치게 하려는 동안 마음은 비로 가득 찬다.
비가 내리는 동안 우리의 삶은 멈춘다. 내가 그토록 원하고 바라는 나의 모습과 행복은 그 멈춘 삶 속에 있다.
힘든 마음은 있어서는 안 될 문제나 운이 좋지 못해 생겨난 질환이라기보다 완벽하지 않은 우리가 만만치 않은 세상을 살아가며 자연스레 마주치는, 원치 않는 날씨 같은 것이다.
당신은 스스로가 상상하는 정상적인 사람이 되지 못할지도 모른다. 괜찮다. 그런 정상적인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정상적인 사람, 괜찮은 마음이란 관념 자체를 우리가 만들어낸 것이다.
오늘의 기분이 우울하든 즐겁든, 무기력하든 활력에 넘치든, 스스로가 사랑스럽든 혐오스럽든 우리에게는 소중한 것, 혹은 원하는 것들이 있다. 마음에 담고 있는 책의 한 문장이 있고, 음미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나는 기분이 울적할 때면 바다를 찾는다. 소파에 앉아 멍하니 우울한 기분을 없앨 방법을 고민하는 시간보다는 커피 한 잔을 들고 바다를 바라보는 시간이 더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책을 들면 금상첨화다. ‘아무것도 못 하겠다’는 무력감이 밀려올 때는 너무 높은 목표, 지나치게 많은 해야 할 일을 떠올리느라 압도당한 것은 아닌지 살펴본다. 그리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일을 시작한다. 예를 들어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부담에 짓눌려 피하고 싶다는 느낌과 무력감만 들 때는 ‘컴퓨터 전원을 켜고 파워포인트 프로그램 시작하기’를 목표로 삼는다.
사소한 이 행동은 의외로 많은 것을 바꾼다. 중요한 일에서 멀어지고 있을 때의 무력감이 조금씩 걷히고 그 일에 다가가고 있다는 활력이 찾아온다. 모든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아무것도 하지 않기’라는 행동을 통해 사라지는 경우는 드물다.
행복은 정상적인 사람, 괜찮은 사람이 되면 주어지는 훈장이 아니다. 마음에 드는 기분과 생각을 그저 알아차리고 바라보긴 하지만 그와 무관하게 내가 원하는 나와 내 삶의 모습에 다가가는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느낌 그 자체가 행복이고, 이것이 우리에게 살아 있다는 느낌을 일깨워주며, 살아갈 힘을 준다.
그래서 당신에게 괜찮아지기 위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살아가기를 권한다.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한 하루가 아니라, 내가 바라는 내가 되기 위한 하루를 보내기를 권한다. 괜찮아지기 위해서 마음속을 괜찮지 않은 것들에 대한 분석과 고찰로 가득 채우는 대신, 당신이 좋아하는 것, 사랑하는 사람, 하고 싶은 무언가에 대한 것들로 채워보기를 권한다.
안타깝고 짜증나지만 삶은 우리에게 힘든 마음에서 벗어날 자유를 주지는 않는다. 대신 그 마음을 품은 우리가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자유다.
이두형/ 내가 나인 게 싫을 때 읽는 책/ 아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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